정책·쟁점 실종 현상에 선거판 흔들기용 네거티브 부상
"'아니면 말고'식 인신공격·비난은 스스로 망하는 길"
[※ 편집자 주 = 지역의 일꾼을 뽑는 6·13 지방선거가 임박했습니다. 결전의 날이 다가오면서 선거판을 흔들기 위한 후보자들의 불법·흑색선전도 점입가경으로 치닫는 모습입니다. 연합뉴스는 3꼭지에 걸쳐 이번 지방선거의 단면을 전해드립니다. 진흙탕 싸움으로 치달은 일부 선거판과 그 이유를 분석하고 공명선거를 위한 선거관리위원회의 노력을 조명합니다. 또 깨끗한 선거를 지향하며 '반면교사'로 실패한 선거 전략을 소개합니다.]
(부산=연합뉴스) 차근호 기자 = 6·13 지방선거가 불법·흑색선전으로 얼룩지고 있다.
후보자들이 '네거티브' 공세를 펼치는 시기도 예년 선거보다 훨씬 빨라졌고 네거티브를 넘어선 인신 공격형도 많아졌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를 다룰 북미·남북 회담 등 국가적 의제에 지역의 이슈가 묻히면서 선거판 흔들기용 네거티브가 난무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여야 간 정책적 쟁점이 생기지 않을 정도로 힘의 균형이 한쪽으로 쏠린 정치 판세도 네거티브를 조기에 등장시켰다는 분석이다.
대표적인 사례는 경기도지사 선거다.
남경필 자유한국당 후보가 일명 '형수 욕설' 음성 파일을 근거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향해 포문을 열었다.
이 후보는 "그동안 여러 차례 해명한 사안"이라며 논란을 불식하려 했지만 이미 의혹은 선거판을 잠식한 뒤였다.
이후 바른미래당 김영환 후보는 경기도지사 TV 토론회에서 이 후보에 대한 '여배우 루머'를 집중적으로 거론하며 가세했다.
그러자 정책 토론은 실종됐고 토론회 다음날 오전까지 포털에는 '이재명-여배우'가 주요 검색어로 남았다.
부산시장 선거도 만만치 않다.
서병수 자유한국당 후보는 지난달 15일 오거돈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공직선거법상 비방혐의로 고발했다. 오 후보가 서 후보의 측근이 비리 혐의로 처벌받은 사건을 거론하며 서 후보를 "범죄 소굴의 수장"이라고 표현한 것이 화근이 됐다.
서 후보 캠프도 곧장 보복에 나섰다.
오 후보가 '가덕도 신공항'을 재추진하는 것이 가족기업의 이익 때문이라는 주장을 제기하고, BNK금융지주의 엘시티 특혜대출 의혹과 관련해 오 후보가 당시 BNK금융지주의 사외이사였다며 책임론을 제기하자 오 후보는 사실무근이라며 고소로 맞받았다.
제주도지사 선거는 폭로전 양상이다.
최근 더불어민주당 문대림 후보가 TV토론회에서 원희룡 무소속 후보의 리조트 특별회원권 특혜 의혹을 제기하며 고발하자 원 후보 측은 무고죄 고소로 반격했다.
앞서 원 후보 측도 문 후보의 '골프장 명예회원권' 특혜 의혹을 제기하며 흠집 내기를 시도했다.
두 후보 캠프가 검찰과 경찰, 선거관리위원회 등에 고발 또는 신고한 건수는 문 후보 캠프 6건, 원 후보 캠프 2건 등 모두 8건에 이른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지방선거 20일 전인 지난달 24일을 기준으로 선거법 위반 조치 건수가 1천236건에 이른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168건은 검찰에 고발했고 27건은 수사 의뢰했다.
1천41건은 경고 조치했다.
유형별로는 기부행위 적발이 295건으로 가장 많았고 인쇄물 관련 247건, 허위사실공표 182건, 문자메시지 이용 위반 135건이 뒤를 이었다.
시설물 관련 86건, 여론조사 77건, 집회 모임 38건, 공무원선거 관련 37건, 유사기관 사조직 3건, 비방·흑색선전 2건, 기타 134건 등이다.
각 정당의 네거티브 공세는 역대 선거에도 계속 있었지만, 이번 지방선거에 유독 빨리 네거티브가 등장했다고 전문가는 분석한다.
차재권 부경대 정치학과 교수는 "보통 네거티브는 정책 이슈를 소진하고 나오는데 이번 지방선거는 처음부터 나오는 경향이 뚜렷하다"라면서 "예전 선거가 박빙의 승부를 뒤집기 위해 네거티브를 터트린 데 반해 이번 선거는 두 정당 간 지지율 격차가 심하다 보니 어떠한 방식으로든 초반부터 뒤집기 위해 빨리 나오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한다.
전문가들은 네거티브가 선거 전략적으로 힘을 발휘하는 부분도 있지만 현 정치권의 네거티브는 법적인 문제가 있는 '인신공격형'으로 변질했다며 우려를 표한다.
박상철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는 "정책으로 부각하기 어려운 상대의 단점, 예를 들어 상대 후보의 성향과 이념이 특정 정책만을 너무 부각해 다른 부분이 소외될 수 있다는 식의 네거티브 프레임은 선거 전략상 효율적일 때도 있지만, 지금의 네거티브는 문제가 있다"면서 "법적인 문제가 있는 인신공격이 대부분이고 '아니면 말고'식의 막말도 있어 오히려 이로 인해 망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ready@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