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현혜란 기자 = "모종의 거래가 있었을 것이라 예상은 했지만, 그것을 사실로 확인한 순간 말할 수 없는 분노가 일었습니다. 우리의 삶이 그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거래의 대상이 되었다는 점에서 모멸감도 느껴졌습니다."
KTX 해고승무원들은 4일 오전 청와대 앞 분수대 광장에서 '문재인 대통령께 드리는 호소문'을 발표하고 "정규직으로 복직해야 한다고 했던 1심과 2심 판결 결과를 코레일이 수용하고, 다시 KTX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했다.
이들은 양승태 사법부 시절 법원행정처가 상고법원 도입을 위해 'KTX 승무원 재판' 등을 협상 카드로 삼아 박근혜 정부를 설득하려 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만큼 정부가 나서서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해고승무원들은 "코레일은 '대법원 판결이 나서 어쩔 수 없다'는 이유로 그동안 우리의 문제에 귀를 막고 있었는데 재판 거래 의혹이 밝혀진 이후에도 코레일은 사과도 하지 않고 여전히 '기다리라'고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당당하게 일하기 위해 파업에 나섰다는 이유로 우리는 지난 12년의 세월을 길에서 보내야 했다"며 "하루하루 희망과 절망을 왔다 갔다 하며 망가져 가고 있는 우리에게 세상에 정의가 있음을 보여달라"고 호소했다.
KTX 승무원들은 2006년 3월 1일부터 코레일의 직접고용을 요구하며 파업을 벌였지만, 코레일은 자회사로의 이적을 거부한 승무원 280명을 그해 5월 21일 자로 정리해고했다.
해고승무원들은 2008년 10월 1일 코레일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냈고, 1심 법원은 그해 12월 코레일이 승무원들의 실질적인 사용자라고 판결했다. 2심 역시 같은 결론을 내렸지만 2015년 대법원은 이 판결을 파기하고 승무원들의 청구를 기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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