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잘 날 없는 구단…선수단마저 사건과 사고 끊이지 않아
(서울=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프로야구 넥센 히어로즈의 최근 모습은 한 마디로 '엎친 데 덮친 격'이다.
지분분쟁에서 촉발한 구단의 위기는 내년을 장담하기 힘들 지경까지 치달았고, 선수단에도 부상자가 끊이지 않는다.
3일 잠실 LG 트윈스전에서 에이스 에스밀 로저스가 다친 것은 연이은 불운의 결정판이다.
로저스는 3회 무사 2루에서 김현수의 투수 강습 타구에 오른손을 맞아 손바닥이 찢어졌다.
극심한 고통에도 로저스는 2루에 송구해 아웃카운트를 하나 더 잡아내는 책임감을 보여줬지만, 검진 결과는 오른손 약지 골절과 인대 손상으로 나왔다.
사실상 전반기 복귀가 어려운 큰 부상이다.
로저스는 올해 13번의 등판에서 5승 4패 83이닝 평균자책점 3.80을 거뒀다.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내) 8번으로 팀 내 최다였던 로저스의 이탈은 넥센 선발진에 큰 타격이다.
게다가 로저스는 팀 내 분위기까지 책임진 선수였다.
올해 넥센의 '깍지 끼고 머리 위로' 세리머니를 만든 선수도 그다.
넥센은 부진했던 5선발 신재영을 선발 로테이션에서 빼고, 그 자리에 안우진을 넣었다.
갑작스러운 로저스의 부상으로 신재영이 다시 로테이션에 합류할 가능성이 커졌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 고형욱 넥센 단장은 "올해 우승 후보는 우리"라고 자신했다.
이와 같은 발언의 배경은 박병호의 복귀와 로저스 영입이었다.
넥센은 타선에서 박병호가 4번 타자로 중심을 잡아주고, 마운드에서 로저스가 에이스로 활약하면 대권까지 노릴 만하다고 자신했다.
그러나 넥센은 4일까지 28승 32패로 7위에 머무르고 있다.
기대만큼 성적이 안 나오는 이유는 복합적이다. 선수단이 최상의 경기력을 펼치도록 도와줘야 할 프런트는 끊임없이 잡음을 내고, 선수단에서도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했다.
남은 선수들은 똘똘 뭉쳐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의지를 다진다. 하지만 사정이 여의치 않다.
넥센은 시즌 초부터 끊임없이 부상 선수가 나온다. 주전 2루수 서건창은 타박상으로 전열에서 이탈한 지 2개월이 지났고, 주장 자리를 반납했다.
박병호와 이정후, 김하성도 크고 작은 부상으로 자리를 비웠다가 최근 복귀했다.
넥센 선수단은 애써 동요를 감춘다. 베테랑 선수들은 목소리를 높여 어린 후배들에게 "우리는 야구만 잘하면 된다"고 수없이 말한다.
그러나 구단에 관련한 사건과 사고가 끊이지 않아 선수단 사기는 올라갈 만하면 떨어진다.
마땅히 해결책이 있는 것도 아니다. 지분분쟁은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구단 실무자들은 연이은 사고에 '우리 손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라며 심각한 허탈감마저 호소한다.
올해 넥센은 창단 이후 가장 큰 위기와 마주했다. 로저스의 갑작스러운 부상에 다시 흔들릴 조짐이 보인다.
4b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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