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미국을 방문했던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이 베이징을 거쳐 북한으로 돌아갔다. 김 부위원장은 평양에 도착한 즉시 3박 4일간의 방미 기간 만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등 미국 지도부의 의중을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보고했을 것이다. 이에 대한 김정은 위원장의 평가나 대답이 곧 공개될 가능성이 있다. 오는 12일로 공식화된 북미정상회담의 결과를 미리 점쳐볼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긍정적인 김 위원장의 화답은 북미회담의 성공 가능성에 대한 기대를 더욱 높여줄 것이다.
북미정상회담이 다가오면서 한미가 더욱 깊은 이견 조율을 할 필요성이 커졌다는 신호도 감지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일(현지시간) 대북 경제원조와 관련한 입장을 묻는 취재진에 "한국이 그것을 할 것으로 생각한다. 중국과 일본도 도움을 줄 것으로 본다"면서 "미국이 돈을 쓸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밝혔다. 일종의 대북원조 책임을 우리를 포함한 한·중·일에 돌리고 미국은 빠지겠다는 의미인데 고개를 갸우뚱하게 한다. 미국 주도로 협상은 하면서 청구서는 주로 한국에 내밀겠다는 이상한 셈법이다. 그는 "우리는 매우 멀리 떨어져 있다. 6천 마일 떨어져 있다"면서 명분으로는 물리적 거리를 들었다. 하지만 당장 북한의 초기 비핵화 이행 조치에 미국 본토를 위협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관련 내용이 포함된다면 최대 수혜자는 미국이다.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로서 우리가 많은 부담을 지는 것은 당연하지만, 경제적 비용 부담을 미리 떠넘기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공공연한 언급은 타당하지도 않고 바람직하지도 않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한국에도 '준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한미 간에 도대체 어떤 얘기들이 오가고 있는지 궁금하다.
북미회담을 앞두고 주한미군 감축 문제가 깔끔히 정리됐다고 보기도 힘들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일 김영철 부위원장을 만난 뒤 '주한미군 규모에 대해 김 부위원장이 질문했느냐'는 질문에 즉답을 피하면서도 "우리는 거의 모든 것에 관해 이야기했다"고 대답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대통령과 김 부위원장이 주한미군의 잠재적 축소 문제에 관해서도 이야기를 나눴다고 전했다.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이 2일 싱가포르에서 "북한과 정상회담에 있어 주한미군은 협상 대상이 아니다"고 거듭 얘기를 했지만, 북미정상회담에서 주한미군 논의가 없으리라고 장담하기 어렵다. 북미회담 전에 우리의 안보이익을 침해하거나 한미동맹을 흔드는 논의가 우리 모르게 이뤄져서는 안 된다는 점을 다시 한 번 인식시켜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언급으로 더욱 탄력을 받게 된 '종전선언'은 정전협정 체결 이후 65년 만에 적대관계의 공식적인 청산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한반도에서 매우 큰 역사적 의미를 지니고 있다. 종전선언이나 평화협정이 이뤄지면 유엔군사령부의 지위를 포함해 많은 것들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구체적인 내용은 추후 평화협정 논의 과정에서 담더라도 이번 기회에 종전선언 추진이 이뤄진다면 반드시 넣어야 할 원칙에 대해 한미 간에 충분히 사전 협의해야 한다. 북미정상회담이 다가올수록 정부는 우리의 이익과 목소리는 제대로 반영되고 있는지 차분히 점검하고 필요한 사안들은 미국과 더욱 긴밀히 조율해 나가야 한다.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