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직원연대 성명…"민초들 보이는 것에 법관은 눈 감아"
청와대 홈페이지에도 국민 청원 다수 올라와…"구속·처벌해야"
(서울=연합뉴스) 김동규 기자 = 한진가(家)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의 구속영장 기각 소식에 5일 대한항공 직원과 국민 비판이 고조되고 있다.
대한항공 전·현직 직원들로 구성된 직원연대는 이날 성명을 내고 "법관들이 갑(甲)의 편이 되어 을(乙)들의 가슴을 찢어 놓고 있다"며 "이명희 구속영장 기각을 규탄한다"고 말했다.
전날 밤 서울중앙지법 박범석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특수폭행·특수상해 등 혐의를 받는 이 전 이사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박 부장판사는 범죄 혐의 일부의 사실관계와 법리에 관해 다툼의 여지가 있고 도망의 염려가 있다고 볼 수도 없으며 피해자들과 합의한 내용 등에 비춰 증거인멸을 시도했다고 볼 수 없다는 등 이유로 영장을 기각했다.
직원연대는 "아직도 법은 갑 아래에서 갑질을 보호하는가"라며 "민초들은 당연히 볼 수 있는 것을 해당 법관은 눈을 감았다"고 비판했다.
이어 "지금까지 공개된 녹취와 영상만으로도 이 전 이사장이 갑질을 넘어 일상적인 폭력을 행사한 것이 명백한데 어떤 구체적 사실이 더 있어야 하느냐"고 되물었다.
직원연대는 "11명이 신고한 24건의 폭행은 수십 년 동안 지속된 수천 건의 폭력 끝에 나온 결과다. 일상적으로 자행되고 증거가 인멸되다 비로소 터져 나온 수많은 을의 눈물이자 절규"라고 강조했다.
또 "가위뿐 아니라 화분까지 던졌다는 일관된 진술은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외면하고, 모든 사실을 을들이 일일이 증명해야만 '범죄 사실이 소명됐다'고 인정해주는 이 시스템에 치가 떨린다"고 말했다.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에서도 수백 명의 직원들이 이 전 이사장 구속영장 기각 소식에 "허탈하다", "분노한다" 등의 글을 올리고 있다.
직원연대 성명에는 "지지한다", "공감한다" 등 의견을 표시하고 있다.
직원들은 "유전무죄", "돈 없고 힘없으면 전부 구속되고 힘 있고 돈 있으면 학연 지연 다 대서 풀려난다" 등 자조 섞인 글들과 함께 "영장 발부도 단독이 아니라 합의부로 바꿔야 한다"며 법원 판결에 불만을 드러내는 글도 올렸다.
특히 이 전 이사장이 피해자 다수와 합의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거액의 돈을 들여 피해자를 매수해 해결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됐다.
직원들 사이에서는 "현재 진행 중인 촛불집회를 '범국민 촛불집회'로 확대해 기업 갑질 문화 자체를 근절해야 한다"는 주장과 "총수 일가에 대한 비리 제보도 늦추지 말자"는 독려도 나왔다.
이날 청와대 홈페이지에도 이 전 이사장에 대한 구속 등 처벌을 촉구하는 내용의 청원이 다수 올라왔다.
주요 포털 사이트 관련 뉴스 댓글에도 이 전 이사장의 영장 기각을 비판하는 여러 댓글이 달리고 있다.
경찰은 이 전 이사장에 대한 영장 기각 사유를 검토해 재신청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dk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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