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헝가리·오스트리아 통치…독일·프랑스에서도 득세
국가·정당 달라도 난민·무슬림·EU 향한 혐오·반대정책 한목소리
(서울=연합뉴스) 박인영 기자 = 대규모 난민 유입 사태와 이슬람 혐오 정서 확산에 힘입어 한때 유럽 정치권의 주변을 맴돌던 극우·민족주의 세력이 최근 권력 중심부로 이동하면서 '하나의 유럽'을 위협하고 있다.
4일(현지시간) 영국 BBC방송은 최근 서유럽 최초로 포퓰리즘 정권이 출범한 이탈리아나 최근 총선에서 반(反) 난민' 우파 정당이 제1당으로 부상한 슬로베니아 등 유럽 곳곳에서 반 난민·반 EU·반 무슬림을 내세우는 민족주의·극우 세력이 유럽 정치무대의 중심부로 진입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BBC는 과거 주류 정치에서 벗어나 있던 민족주의·극우 세력은 전반적으로 다양한 정치 성향을 보이지만 난민과 EU, 무슬림에 대한 반감이라는 공통된 관심사를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탈리아에서는 반체제 정당 '오성운동'과 극우정당 '동맹'이 연정을 구성하면서 서유럽에서는 처음으로 포퓰리즘 정권이 탄생했다.
이탈리아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큰 타격을 받았고 이후 북아프리카 일대에서 이주민이 대거 유입되면서 EU의 난민 정책에 대한 불만이 깊어졌다.
새 정부의 내무장관 겸 부총리로 입각한 마테오 살비니 '동맹' 대표는 최근 시칠리아 지역을 방문해 "유럽의 난민캠프"가 되는 것을 중단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독일에서는 반 난민을 기치로 내건 극우 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이 지난해 총선에서 처음으로 제3당으로 원내에 진입했고 기독민주·기독사회당 연합과 사회민주당의 대연정으로 원내 제1야당이 됐다.
AfD는 5년 전 창당 때부터 EU에 반대하고 엄격한 이주민 정책을 요구하며 독일에서 이슬람 영향력 확산에 대한 우려를 부채질하는 방식으로 세를 넓혀왔다.
독일은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개방 정책에 따라 2015년에만 시리아나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출신 이슬람 이주민 100만여명이 유입됐다.
독일 주류 정치권에서 AfD의 영향력이 커지자 메르켈 총리도 4번째 임기를 시작하는 공식 연설에서 2015년의 "인도적 예외"가 되풀이되지 않을 것이라며 국경 보안을 강화하고 불법 이주민에 대한 추방 조치도 확대할 것이라고 밝히는 등 기존 입장에서 살짝 돌아섰다.
오스트리아의 극우 정당은 독일의 AfD보다 훨씬 성공적으로 세력을 확대해가고 있다.
지난해 오스트리아 총선에서 반 난민 정책을 공약으로 내건 극우 자유당은 제바스티안 쿠르츠 총리 정부와 연정을 구성해 주류 정치무대로 진입했다.
총선 이후 오스트리아에서는 10세 미만 여학생들의 히잡 착용을 금지하고 이주민의 휴대전화를 압수하는 등의 제안이 나왔다.
프랑스는 극우 정치인 마린 르펜이 이끄는 국민전선(Front National)이 지난해 대선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에 크게 밀리기는 했으나 여전히 반 EU·반 난민·반 무슬림을 내걸고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대선 진출의 여세를 몰아 국민의 반기득권 열망을 결집한다는 의미로 '국민연합'(Rassemblement National)으로 당명을 바꾸고 재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헝가리에서는 EU의 난민 정책을 강하게 비판해온 빅토르 오르반 총리가 지난 4월 반 난민 정책에 힘입어 3연임에 성공했다.
오르반 총리는 EU의 난민 정책에 반대하는 동유럽 국가의 대표격으로 '유럽 정체성'의 위기를 거론하며 무슬림 난민 수용에 강한 거부감을 보여왔다.
최근 총선이 끝난 슬로베니아에서도 반 난민 캠페인을 벌여온 우파 정당 슬로베니아 민주당(SDS)이 제1당이 되면서 난민과 이민자에 적대적인 정부가 들어설 가능성이 커졌다.
폴란드는 2016년 반 EU, 반 난민을 내세운 민족주의성향의 '법과정의당'이 권력을 잡은 뒤 사법부 독립이라는 EU의 가치를 훼손하는 내용의 사법개혁을 추진해 EU와 대립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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