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최초 장편 SF '완전사회' 50년만에 빛 봐

입력 2018-06-05 17:37  

한국 최초 장편 SF '완전사회' 50년만에 빛 봐
문윤성 작가 기리는 'SF 문학상' 제정 추진



(서울=연합뉴스) 임미나 기자 = 한국 최초 장편 SF 소설로 꼽히는 '완전사회'가 50여년 만에 새롭게 출간됐다.
이 소설은 문윤성(1916∼2000) 작가가 1965년 '주간한국' 제1회 추리소설 공모전에 내 당선된 작품으로, 1967년에 단행본으로 출간됐다. 이후 1985년 '여인공화국'이란 제목으로 두 권으로 나뉘어 다시 출간됐지만, 금세 잊히고 말았다. 출판사 아작은 이번에 원전 그대로 펴내면서 세로쓰기만 가로쓰기로 바꿨다.
이 소설은 첫 출간 당시 파격적인 내용으로 이목을 끌었다. 주인공 남자가 타임캡슐에 탐승한 채 161년 동안 잠자다 깨어났는데, 그동안 지구는 여성만이 존재하는 곳으로 바뀌었다. 이 세상은 인류 역사를 독특한 사관으로 해석한다. '왕후문화→ 웅성문화→ 양성문화→ 진성문화'. 여성들만 남은 세상은 진성문화 단계로 인식된다.
작가는 또 인류 역사가 이렇게 전개된 배경에 핵무기와 생화학 병기의 사용으로 인한 3차, 4차 세계대전 발발이 있다는 이야기를 풀어내면서 과학기술, 첨단 무기 개발의 위험성을 꼬집었다.
당시 언론들은 "한국에서 처음 보는 이색 소설", "한국에서 처음 보는 이 분야의 대작"으로 이 소설을 평가했다.
박상준 한국SF협회 회장은 "이 작품은 자신을 제대로 읽고 평가해 줄 시대 및 독자들과 만나기까지 너무나 오랜 세월을 기다려왔다. 그 어느 때보다 페미니즘과 젠더 평등에 관한 관심이 첨예한 지금 시기에, 마치 이런 상황을 정확히 내다본 듯 50년도 더 전에 이런 방향으로 SF적 상상력을 과감하게 펼쳐 보였던 '완전사회'의 재출간은 하나의 사건이라 불러 마땅하다"고 말했다.
한국 SF 선구자라 할 수 있는 문윤성 작가는 본명이 김종안으로 강원도 철원에서 태어났다. 일제강점기 경성제2고보에 재학 중 일본인 교사에게 반항하다 퇴학당하고, 홀어머니를 모시기 위해 공사장, 광산 등에서 노동자로 일하며 소설과 시를 썼다. 독학으로 설계와 배관을 익혀 나중에 공조회사를 차려 운영하기도 했다. 1946년 단편 '뺨'을 '신천지'에 발표했으나 작품 활동을 이어가지 못했다. 그러다 뒤늦게 '완전사회'가 공모전에 당선되면서 작가로 본격적으로 나서게 된다.
한국추리작가협회 초창기 멤버로 참여하며 '추리소설의 과학화'를 주장했고, 여러 단편소설과 장편소설 '일본심판', '사슬을 끊고', 희곡 '상속자' 등을 냈다. 2000년 8월 24일 별세했다.
작가의 유족과 한국SF협회는 이번에 '완전사회'를 출간하면서 작가를 기리는 'SF 문학상'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출판사 측도 책 판매 수익 일부를 보탤 예정이다. 이르면 올 가을에 제1회 시상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480쪽. 1만4천800원.


min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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