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백악관이 한국시각으로 오는 12일 오전 10시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이 시작된다고 발표했다. 연기 또는 취소 위기에 빠졌던 정상회담이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예방을 계기로 날짜가 확정된 데 이어 시간까지 발표됨으로써 역사적인 회담은 이제 카운트다운에 돌입한 것이다. 적성국인 북미 정상의 사상 첫 회담은 만남 자체도 의미가 있지만, 두 정상이 어떤 합의를 내놓느냐에 쏠리는 시선은 엄중하다.
트럼프 쪽에서 흘러나오는 신호들은 일단 파란불이다. 의제를 중심으로 다루는 판문점 실무 협상에 대해 "논의는 매우 긍정적이었고 의미 있는 진전이 이뤄졌다"는 백악관 설명에 비춰본다면 쟁점인 비핵화와 체제안전보장의 방식과 시기를 놓고 큰 틀에서 접점을 찾은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협상 초기 미국의 '선 비핵화 후 체제보장'과 북한의 '단계적 동시적 조치'가 맞서며 대치했던 것을 생각하면 성과 지향적인 관점에서 고무적인 흐름으로 받아들여진다.
시간이 갈수록 윤곽을 드러내는 트럼프 해법은 초기보다 유연해졌다. 북핵 폐기까지의 기술적 복잡성을 고려해 물리적으로 단계적 해결의 불가피성을 인정하고 있다. 북한의 비핵화 시한을 최대한 앞당기는 대신, 반대급부로 북미수교나 평화협정 체결까지 전 단계로 남북미의 종전선언으로 체제보장 약속을 하고, 대화가 진행되는 동안 제재압박을 강화하지 않겠다고 했다. 또 북미정상회담을 한 차례로 매듭짓지 않고 2∼3차례 이어가는 여지까지 열어두고 있다. 트럼프가 비핵화를 프로세스로 표현한 것은 인식의 변화를 보여준다. 북한이 원하는 제재 완화에 대해서도 비핵화 이행 조치를 보면서 그 행동과 속도에 따라 보상 범위를 결정하겠다는 방향으로 다소 탄력성을 두고 있다.
하지만 새로운 트럼프 해법을 놓고 회담에 거는 기대치에 따라 반응은 엇갈린다. 유연한 방향으로의 변화를 반기는 쪽은 "비핵화를 위한 현실적 접근"이라고 평가하는 반면, 원칙의 후퇴라고 실망하는 쪽은 "과거 행정부의 실패 전철을 밟는 것 아니냐"며 우려하고 있다. '비핵화-체제보장'의 디테일에 대한 추가 협상과 정상 담판을 통한 최종합의를 보고 신중하게 판단해야 하겠지만, 이익의 균형을 맞추되 지속가능한 합의를 해야 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특히 이 회담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분명한 목표로 출발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싱가포르 회담에서 합의를 이뤄낸다면 미 의회의 비준을 받는 '협정'으로 만드는 방안도 검토된다고 한다. 미 상원과 여론을 염두에 둔다면 비핵화 방식과 시기를 회담에서 못 박아야 한다. 정치적 합의 수준에서 타결지을 경우 파기된 이란 핵 합의의 전철을 밟을 수도 있다는 점을 고려하며 근본적이고 원칙적인 접근을 해야 한다. 김영철 부위원장으로부터 방미 결과 보고를 받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반응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김 위원장은 북미정상회담으로 향하는 도정에서 수차례 '비핵화 의지'를 밝혔지만, 그보다 진전된 말과 행동이 나오길 기대한다. 세기의 담판을 앞두고 두 정상의 '과감한 결단'이 절실한 때이다.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