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국민당, 실각하자마자 사회당 정부 '흔들기'

입력 2018-06-05 17:39  

스페인 국민당, 실각하자마자 사회당 정부 '흔들기'
내각 불신임에 협조한 바스크국민당에 응징 검토
우월한 의석수 바탕으로 수정예산 '만지작'…사회당 "볼썽사나운 보복행위" 비난



(파리=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 부패 스캔들로 정권을 빼앗긴 스페인 국민당이 새로 출범한 사회당 정부 길들이기에 나섰다.
하원 제1당이자, 상원 과반 의석을 보유한 국민당은 예산안을 틀어쥐고 소수 내각인 사회당 정부를 취임 초부터 흔들 기세다.
라파엘 에르난도 스페인 국민당 대변인은 4일(현지시간) "예산안을 '개선'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국민당은 5억 유로(6천270억 원 상당) 이상의 인프라 투자금을 바스크 지방에 투입하기로 한 예산을 축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영국의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전했다.
이는 국민당 정부에 협조해온 바스크국민당(PNV)이 지난주 사회당이 주도한 내각 불신임에 협조한 것에 대한 응징 차원이다.
당초 사회당의 페드로 산체스 대표(현 총리)가 주도한 국민당 내각 불신임에는 하원에서 지지표가 과반인 176표에서 한 표 모자라는 175표였다.
이런 상황에서 캐스팅보트는 하원에 5석을 보유한 바스크국민당(PNV)이 쥐었고, 이 당은 토론 끝에 내각 불신임안에 당론으로 찬성한다는 입장을 정했다.
국민당 정부의 실각에 결정적 역할을 한 바스크국민당을 그냥 놔둘 수 없다는 게 국민당의 판단이다.
에르난도 대변인은 내각 불신임이 의결된 뒤 당의 예산에 대한 우선순위가 바뀌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바스크국민당 측은 "국민당이 자신들이 책임져야 할 것을 우리에게 전가하고 있다"면서 "매우 나쁜 정치 비즈니스가 될 것"이라고 비난했다.
바스크국민당은 카탈루냐지방과 마찬가지로 민족주의 성향이 강한 바스크 지방에 근거지를 둔 정당으로, 국민당 정부의 국정운영에 대체로 협조해왔다.
연정을 구성하지 않으면 정부 존립 기반이 흔들릴 수 있는 취약한 사회당은 국민당의 공세에 강한 분노를 표출했다.
사회당은 하원의석이 전체 350석 중 84석으로 국민당(137석)에 휘둘릴 수밖에 없는 구조라 집권 기반이 매우 취약하다.
사회당 호세 루이스 아발로스 의원은 국민당을 향해 "볼썽사나운 보복행위"라고 비난했다.
같은 당 마르가리타 로블레스 의원도 "불과 한 주 전에 자신들이 의회에 '스페인을 위한 훌륭한 해법'이라고 세일즈한 예산안을 수정하겠다고 나서는 것은 기만"이라고 주장했다.
yongla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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