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연합뉴스) 김재홍 기자 = "수조 원이 드는 신공항 사업에는 온갖 발언을 다 늘어놓으면서 시민단체의 정책 요구는 사실상 무시하고 있어요."
부산의 한 환경단체 간부가 최근 몇 달간 6·13 지방선거 캠프 관계자들과 접촉한 소감을 이렇게 설명했다.
그동안 거론된 주요 공익 현안을 채택해 정책 제안의 형태로 후보 캠프에 채택을 요구했지만 "검토해보겠다"는 두리뭉실한 답변만 들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부산의 주요 공익활동 단체는 선거를 앞두고 연대를 결성해 미세먼지, 공원일몰제, 낙동강 하굿둑 개방과 기수생태계 복원, 석면 피해 구제와 예방 등의 정책을 발표해왔다.
관련 단체는 거의 일주일에 한 번꼴로 부산시청 앞 등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정책을 발표하고 후보들과 정책 협약식을 체결할 계획이라고 알려왔다.
그러나 정책 협약식에 후보가 직접 참석한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공원일몰제의 경우 부산의 환경·시민단체가 참여하는 '2020 도시공원일몰제 대응 부산시민행동'이 4차례에 걸쳐 기자회견을 열고 시장 후보들에게 공약 채택을 촉구했다.
부산시민행동에 따르면 부산시장 후보 5명 중 정의당 박주미 후보 1명만 공원일몰제 대책을 공약으로 채택했다.
공원일몰제는 도시공원계획을 고시한 이후 20년 안에 공원을 조성하지 않으면 자동으로 계획이 취소돼 지주가 마음대로 개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적용 시점인 2020년 7월 이후에 전국의 도시공원 부지 면적이 대폭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이성근 부산그린트러스트 사무처장은 "부산은 '회색 인프라' 구축에만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며 "선거 캠프 참모들이 후보의 시대정신을 견인하지 못하는 셈"이라고 꼬집었다.
한 활동가는 "지난 지방선거 때는 뭔가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려는 분위기라도 있었는데 이번에는 벽에 대고 이야기하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일부 캠프 관계자는 공익 정책을 무시하는 게 아니라며 저마다의 사정을 털어놓았다.
한 캠프 관계자는 "선거가 다가오면서 수많은 단체에서 다양한 공약과 제안 등을 들고 직접 찾아오거나 연락이 온다"며 "관심을 아예 두지 않는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차재권 부경대 정치외교학교 교수는 "후보 각자가 본인에게 유리한 판세라고 판단하기 때문에 정책 선거로 경쟁할 생각이 없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어 "유권자들도 삶의 질을 높이는 공익적 정책에 대한 관심이 낮아서 후보도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 악순환이 반복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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