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산쇄설류가 마을 두곳 순식간에 덮쳐…"추가분화·산사태 위험"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국기헌 특파원 = 중미 과테말라 푸에고(스페인어로 불) 화산폭발로 인한 사망자가 69명으로 늘었다고 AP통신 등 외신이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국가재난관리청에 따르면 이날 오전 현재 사망자 수는 69명으로 공식 집계됐다. 구조작업이 진행되면서 사상자가 추가로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화산재와 용암 등 뜨거운 분출물에 시신이 심하게 훼손되는 바람에 신원이 확인된 사망자는 17명에 불과하다.
현재까지 확인된 부상자는 46명이며, 1천877명의 주민이 여전히 12개 안전시설에 머물고 있다.
구조대원들은 삽과 굴삭기 등을 이용해 화산재와 진흙, 돌무더기 등에 파묻힌 피해현장에서 생존자 수색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대부분의 사상자는 화산 기슭에 자리 잡은 마을인 엘 로데오와 산 미겔 로스 로테스에서 나왔다.
유독가스를 동반한 고열의 화산재, 작은 돌덩이 등 화산 분출물이 지상으로 폭풍처럼 떨어지는 현상인 화산쇄설류가 두 마을을 순식간에 덮치는 바람에 주민들이 미처 피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영국 BBC 방송은 푸에고 화산의 주요 폭발이 일어난 1974년에는 화산쇄설류 현상이 일어나지 않아 사망자가 보고되지 않았지만 이번에는 화산쇄설류가 발생해 피해를 키웠다고 진단했다.
화산 전문가들은 화산쇄설류가 순간 최대 시속 700㎞로 이동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화산쇄설류 안의 온도는 섭씨 200도에서 700도에 달한다. 화산쇄설류가 이동하는 경로에 있는 모든 것은 순식간에 잿더미로 변할 수밖에 없다. 인간으로 힘으로 피할 수 없는 불가항력적인 자연재해라는 설명이다.
재난 당국의 안이한 대처도 화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푸에고 화산은 지난 3일 정오에 처음 폭발한 뒤 오후 2시께 다시 한 번 대규모 분화를 했는데, 분화가 있고서야 긴급대피 명령이 내려졌다고 다수 주민은 전했다.
실제로 사망자 대부분은 자신의 집이나 근처에서 발견됐다. 재난 당국의 안이한 대처와 자연의 힘이 결합한 재앙에 주민들이 미처 피할 시간이 없었던 당시 순간을 방증하고 있다.
지진 폭발 당시 화산쇄설류가 화산 기슭 아래 지역을 순식간에 뒤덮는 장면을 촬영한 동영상을 보면 확산 속도와 위험성을 가히 짐작할 수 있다.
지진학자들은 당분간 큰 화산폭발은 없겠지만 위험이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라고 지적하고 있다.
대규모 폭발 당시에 견줘 분출 활동이 시간당 8∼10회 안팎으로 줄었지만 여전히 활발한 수준이며, 화산재를 내뿜고 있어 추가 폭발 가능성이 있다.
여기에 폭우가 내리면 푸에고 화산의 경사면에 있던 화산재와 돌 등이 산 아래 지역으로 흘러내려 산사태가 일어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우려하고 있다.
과테말라 서남부 태평양 연안에 있는 푸에고 화산은 화산과 지진 활동이 활발한 환태평양조산대인 '불의 고리'에 속해 있다.
성층화산 내지는 복합 화산으로 분류되는 푸에고 화산은 가파른 원뿔 모양으로 해발고도가 3천763m에 달한다. 수도 과테말라시티에서 남서쪽으로 44㎞ 떨어져 있는데도 날씨가 좋으면 수도에서 손쉽게 정상이 보인다.
penpia21@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