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처럼 변하려는 중국, 관건은 법치 실현"

입력 2018-06-06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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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처럼 변하려는 중국, 관건은 법치 실현"
임계순 명예교수 '중국의 미래, 싱가포르 모델' 출간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1978년 11월 덩샤오핑(1904∼1997)은 60년 만에 다시 찾은 싱가포르가 변한 모습을 보고 매우 놀랐다.
싱가포르 지도자 리콴유(1923∼2015)는 덩샤오핑을 만난 자리에서 "중국에는 관리, 문인, 학사, 장원의 후예들이 많은데 싱가포르같이 만드는 것이 무슨 문제가 있겠습니까. 만들어도 이보다 더 좋게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중국사 연구자인 임계순 한양대 명예교수는 신간 '중국의 미래, 싱가포르 모델'에서 덩샤오핑과 리콴유의 만남을 기점으로 중국은 싱가포르를 본보기로 삼아 개혁과 개방 정책을 추진했다고 주장한다.
임 교수가 보기에 지금도 중국이 지향하는 국가 모델은 싱가포르다. 중국 지도자들이 싱가포르 같은 도시를 곳곳에서 키워 부강한 나라를 만들겠다는 생각을 품고 있다는 것이다. 싱가포르는 면적이 서울보다 약간 더 넓지만, 정치가 안정됐고 경제적으로 풍요롭다. 12일 열리는 북미정상회담 장소로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중국과 싱가포르는 다양한 사업을 함께 진행 중이다. 쑤저우(蘇州) 공업단지, 톈진(天津) 생태환경도시, 광저우(廣州) 지식도시, 청두(成都) 혁신첨단과학단지가 두 나라가 합작한 사업이다.
저자는 중국이 싱가포르를 눈여겨보는 이유로 인구 74%가 중국에서 건너가 친밀감이 있고, 서양식 발전 모델 대신 '경제가 먼저이고 민주는 나중'이라는 싱가포르만의 독자적 노선을 선택했다는 사실을 꼽는다.
이어 중국 공산당처럼 일당이 장기집권하는 국정 운영 방식을 고수하고, 엄격하게 법치를 실현해 공직자의 청렴과 효율을 도모했다는 점에 매력을 느낄 수밖에 없다고 진단한다.
저자는 중국이 추진하는 싱가포르식 도시화 모델을 살피고, 싱가포르 정체성과 국가 운영 방식을 분석한 뒤 과연 '중국이 천지개벽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변할까'라는 질문을 던진다.
그는 이에 답하는 대신 중국 학자의 기고문을 인용해 네 가지 조건을 제시한다. 공무원이 직무를 서비스로 인식하는 이념의 전환, 민주주의식 개방과 협상을 통한 소통을 추구하는 방법의 전환, 정부·사회·시장이 공생하는 체제 혁신, 건강한 사회를 위한 문화 형성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중국이 싱가포르처럼 변화할 것인가는 결국 '법치'에 달렸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부정과 부패를 혁파하려는 시진핑 국가주석의 정책도 법치 실현과 맥이 닿아 있다고 볼 수 있다.
저자는 "법보다 도덕에 가치를 둔다면 효율성 측면에서 중국은 싱가포르를 따라가지 못할 것"이라며 "기득권을 포기할 수 있는 법치가 아니면 부패의 완전 척결은 어렵다"고 결론짓는다.
김영사. 704쪽. 2만8천원.



psh59@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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