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죽인 서울 주택시장, 지방선거 이후 향배 갈린다

입력 2018-06-06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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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죽인 서울 주택시장, 지방선거 이후 향배 갈린다
재건축 이어 일반아파트도 '관망세' 짙어지며 거래 위축
6·13 이후 보유세·공시가격 인상 논의 본격화…집값 '분수령'

(서울=연합뉴스) 서미숙 기자 = "거래가 거의 없어서 개점휴업 상태예요. 매수 문의도 없고. 그렇다고 집주인들이 일부 급매물을 제외하곤 싸게 내놓지도 않아요. 매수자나 매도자나 일단 시장을 지켜보는 분위기입니다." (서울 서초구 잠원동의 A중개업소 대표)
서울 주택시장이 잔뜩 움츠러들어 있다. 4월 양도소득세 중과 시행 이후 매수 문의가 끊긴 가운데 시장의 관망세가 짙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달 13일 치러지는 6·13 지방선거가 앞으로 주택시장의 분위기를 가르는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선거 이후 보유세 개편 논의가 본격화하고 재건축 초과이익환수 대상의 부담금 예상액도 나올 것으로 전망되면서 관망하던 시장의 향배가 갈릴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 잠실 주공5단지 '국제설계공모' 약발 없어, 입주 단지도 거래 '썰렁'
6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강남권 재건축 단지들은 '4중고'로 인해 거래가 많이 감소했다.
대출 규제와 양도소득세 중과 및 보유세 개편 등이 전반적인 서울 주택시장을 누르고 있는 가운데 재건축 조합원 지위양도 금지 조치에다 초과이익환수 부담금 걱정까지 더해진 것이다.
송파구 잠실 주공5단지는 최근 서울시가 국제현상공모 결과를 발표했으나 여전히 거래는 거의 없다. 최근 강남권에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의 부담금 논란이 일기 시작하면서 매수자들이 덤벼들지 않고 있다.
이 아파트 112㎡는 현재 17억3천만원에 급매물이 나왔지만 매수자들은 17억원 이하로 떨어질 때까지 기다리겠다며 버틴다.
설계 용역비만 30억원을 들여 나온 국제현상공모의 결과가 탐탁지 않은 것도 거래 부진의 한 원인이 됐다.
지난 2일 잠실 주공5단지 재건축 조합은 조합원 73.8%의 동의를 얻어 설계안을 통과시켰지만 일부 주민들의 반발은 여전하다.
이 아파트 단지 내부로 4차선 도로가 관통하고, 잠실 사거리에 공공공간으로 '잠실 광장'을 만든 것을 놓고 일부 주민들은 '공공성만 앞세운 사유재산 침해'라며 반대하고 있다.
잠실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국제현상공모 결과가 나오면 거래가 늘고 가격도 오르면서 활기를 띨 것으로 예상했는데, 전혀 분위기가 살지 않고 있다"며 "지난달에 매매 거래가 3건에 불과했는데 이달 들어 아직 한 건도 안 팔리고 있다"고 말했다.
서초구 반포·잠원동 일대도 매매 거래를 찾기 힘들다.
지난 5일부터 입주가 시작된 잠원동 '아크로리버뷰'의 경우 일부 저층의 싼 전세물건만 소화될 뿐 매매 거래는 거의 없다. 입주가 시작됐는데 매매가는 약세다.
이 아파트 109㎡(전용면적 78㎡)는 3개월 전 B급 매물도 25억원에 매매됐는데, 지금은 로열층의 전망 좋은 라인의 매물이 25억원에 나와도 안 팔린다.
잠원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연초와 분위기가 많이 달라져서 기존 아파트는 물론 새 입주아파트도 매매는 거의 거래가 안 된다고 보면 된다"며 "특히 재건축 대상 아파트의 타격이 크다"고 말했다.
현재 이주가 진행 중인 강남구 개포 주공1단지 역시 거래가 끊긴 상태로 호가만 유지하고 있다.
개포동의 중개업소 대표는 "온종일 앉아 있어도 매수 문의는 전혀 없다"고 말했다.
강북도 상황은 비슷하다.
이른바 '마용성' 가운데 용산 공원 조성 등 개발 호재가 있는 용산구를 제외하고 성동구와 마포구는 거래와 가격 상승세가 소강상태다.
마포구 아현동의 인기 단지인 래미안푸르지오는 지난달부터 거의 거래가 끊겼다.
아현동의 한 중개업소 사장은 "개인 사정에 의해 싸게 나온 급급매나 한 두 건 팔렸을 뿐 일반 매물은 매수자들이 거들떠보지도 않는다"며 "한동안 유행처럼 찾아오던 갭투자자들도 지금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 선거 이후 보유세·공시가격 개편, 재건축 부담금 통보 줄이어
이런 주택시장의 관망세는 지방선거를 기점으로 분수령을 맞을 전망이다. 정부가 보유세 개편안과 공시가격 상향 조정처럼 찬반 논란이 될 만한 이슈를 '선거 이후'로 미뤄놓은 까닭이다.
대통령 정책기획위원회 직속 재정개혁특위는 다주택자와 고가주택 보유자의 보유세를 강화하는 쪽으로 개편 방안을 논의 중인데, 선거 이후 여론조사와 공청회 등 본격적인 공론화 과정을 거칠 예정이다.
국토교통부의 공시가격 개편 논의도 선거 이후 본격화될 전망이다.
국토부는 현재 공시가격 현실화율(시세반영률)에서 차이를 보이는 아파트와 단독주택, 고가와 저가주택, 서울·수도권과 지방 주택 공시가격의 균형을 맞추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내년 발표될 공시가격부터 개편안을 적용하기 위해 조만간 이행 계획을 담은 로드맵을 내놓을 것으로 전해졌다.
국토부가 공시가격을 인상하고, 재정특위가 종합부동산세에 적용하는 공정시장가액 비율을 현행 80%에서 90∼100%까지 올리면 별도의 세율 조정 없이도 서울지역의 상당수 다주택자와 고가주택 보유자는 보유세가 전년도 세 부담 상한선까지 치솟게 된다.
우리은행 부동산투자지원센터 안명숙 부장은 "보유세 개편안이 시장의 예측에 못 미치면 대기 중이던 매수자들이 주택 구입에 나설 가능성이 있고, 반대로 강도가 세면 집값 하락에 영향을 주면서 거래는 더욱 위축될 수밖에 없다"며 "선거 이후 중요 이슈들의 논의 과정에 따라 집값과 거래 시장의 분위기가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서초구 '반포 현대' 아파트 재건축 부담금의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강남권 재건축 단지들은 7월 이후에는 부담금 규모가 큰 단지들의 예정액이 줄줄이 통보될 예정이어서 그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달 초 현대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한 강남구 대치 쌍용2차의 경우 30일 내 구청에 부담금 산정을 위한 자료를 제출해야 하고, 구청은 30일 이내에 예정액을 통보하게 된다.
이 경우 이르면 7월 중으로 예정액이 통보될 것으로 업계는 예상한다. 시장에서는 대치 쌍용2차의 재건축 부담금은 1억3천만원대인 반포 현대와 달리 수억원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아직 시공사 선정을 못 하고 있는 서초구 반포 주공1단지 3주구 역시 수억원대 부담금이 예상되는 단지로 꼽힌다.
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박원갑 부동산 전문위원은 "보유세 개편 논의가 본격화되면 세부담 시뮬레이션이 공개될 것이고, 각자 세부담을 따져보고 매도, 보유 여부를 결정하게 될 것"이라며 "재건축도 재초환 부담금 예정액에 따라 사업 추진을 포기하는 등 갈림길에 서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sms@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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