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회담 D-5] ⑦'세기의 핵담판'까지…북미 오간 문대통령 중재

입력 2018-06-07 06:20   수정 2018-06-07 09:03

[북미회담 D-5] ⑦'세기의 핵담판'까지…북미 오간 문대통령 중재
北 잇단 도발 속 일관된 대화·압박 병행 원칙으로 대화테이블 마련
북미정상회담 무산 위기 때 김정은과 두 번째 정상회담 '결단'
北 비핵화·美 적대관계 종식 의지 전달하며 상호 오해 불식



(서울=연합뉴스) 박경준 기자 = '세기의 담판'으로 불리는 북미정상회담이 성사되기까지 문재인 대통령의 분주했던 중재 역할이 크게 기여를 했다는 데 이견을 다는 이는 많지 않을 것이다.
문 대통령은 북한의 잇따른 도발에 단호하게 최대한의 제재와 압박을 가하면서도 '핵담판'을 지을 테이블의 한편에 미국을 앉히기 위해 대화의 끈을 놓지 않았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좌가 이뤄지기까지는 회담이 무산될 뻔한 위기도 있었지만 문 대통령은 끈질기게 북미 정상을 설득하며 역사적인 만남을 가능하게 했다.
문 대통령은 대선 전부터 남북 대화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보수정권 9년 때와는 확연히 다른 한반도 정세가 정립될 것이라는 기대를 낳았다.
그러나 북한은 문 대통령이 취임한 지 나흘 만에 신형 중장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한 것을 시작으로 7번의 미사일을 발사했고 6차 핵실험까지 감행했다.
한반도 긴장을 키우는 북한의 도발에 관용은 없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6월 트럼프 대통령과의 한미정상회담에서 북한의 무력 도발에는 제재와 압박을 병행한다는 원칙에 의견을 함께하고 한미 공조 체제를 공고히 했다.
취임 후 제재와 압박 국면으로 흘러가던 한반도 정세의 첫 번째 변곡점이자 문 대통령의 중재 역할이 본격화한 계기를 들라면 '베를린 선언'이 꼽힐 것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7월 독일 방문 당시 쾨르버재단 초청 연설에서 "나는 여건이 갖춰지고 한반도 긴장과 대치 국면을 전환할 계기가 된다면 언제 어디서든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과 만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베를린 선언'을 발표한 후 문 대통령이 심혈을 기울인 대목은 평창동계올림픽에 북한을 참가하게 해 이를 '평화 올림픽'으로 치러내고 한반도 평화의 기틀을 마련하는 것이었다.
마침내 김정은 위원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대표단 파견을 포함해 필요한 조치를 취할 용의가 있으며 이를 위해 북남당국이 시급히 만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의 중재 역할이 본격적으로 빛을 발하기 시작하는 순간이었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성사되지는 않았지만 올림픽 참석차 서울에 들른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과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 간 회동을 중재한 것으로 알려지는 등 북미 대화의 물꼬를 트기 위한 문 대통령의 노력은 물밑에서도 이뤄지고 있었다.
김 제1부부장의 방남에 이어 3월 초 정의용 청와대 안보실장의 방북을 통해 마침내 남북정상회담이 성사됐다.



4·27 남북정상회담에서 문 대통령은 '완전한 비핵화를 통한 핵 없는 한반도'를 남북 공동의 목표로 관철해 냈다.
미국이 요구했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에 근접하게 북한의 태도를 변화시킴으로써 북미 대화의 성사 가능성을 높인 것이다.
남북정상회담을 북미정상회담의 '길잡이'라고 표현했던 문 대통령은 이후 트럼프 대통령을 대화 테이블로 앉게 하는 데 더욱 공을 들였다.
'6월 12일 싱가포르'로 북미정상회담 날짜와 장소가 확정된 뒤로 지난달 22일(현지시각)에는 워싱턴에서 직접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비핵화 이후 북한이 느낄 수 있는 체제 불안에 대한 우려를 해소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문 대통령은 "저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정상회담을 반드시 성공시켜 65년 동안 끝내지 못했던 한국전쟁을 종식하고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이룸과 동시에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체제를 구축하는 세계사의 위업을 이룰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한반도 비핵화의 키를 쥔 트럼프 대통령의 공을 띄우면서 중재자의 역할에 최선을 다한 것이다.
그러나 한미연합 공중훈련인 맥스선더 실시를 구실로 북한이 미국을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담화에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 취소 선언으로 대응하며 문 대통령의 중재 행보는 최대 고비를 맞게 된다.
문 대통령은 난감한 분위기 속에서도 신중한 태도를 견지한 채 북미 정상 간 직접 대화를 촉구하며 회담을 본 궤도로 올려놓는 데 진력했다.
그러곤, 지난달 26일 극비리에 김정은 위원장과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한 달 만에 다시 남북정상회담을 했다.
김 위원장이 만나자고 제안한 다음 날, 격식을 과감히 생략한 채 이뤄진 회담에서 문 대통령은 북한과의 적대관계를 종식하고자 하는 미국의 의지를 전달하며 북미 간 상호 오해를 불식시키고자 했다.
이후 북미는 서로에 신뢰를 확인하는 과정을 거치는 가운데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 지난주 워싱턴DC를 방문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김정은 위원장의 친서를 전달했고 북미정상회담이 열리는 시각과 장소까지 발표했다.
중재자이자 촉진자로서 북미에 끈질기게 대화의 끈을 쥐게 했던 문 대통령이 기울여 온 노력도 닷새 뒤면 그 결실을 볼 수 있게 됐다.
kjpar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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