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회담 D-5] ⑫'노련한 사업가' 트럼프vs'패기의 지도자' 김정은

입력 2018-06-07 06:20   수정 2018-06-07 10:25

[북미회담 D-5] ⑫'노련한 사업가' 트럼프vs'패기의 지도자' 김정은

트럼프, 부동산재벌에서 대통령으로…김정은, 20대에 北최고권력 세습
삶 궤적 다르지만 짧은 정치경험·승부사 기질 닮아…'케미스트리' 주목



(서울=연합뉴스) 김효정 기자 = 오는 12일 싱가포르 센토사 섬 카펠라 호텔에서 '세기의 회담' 테이블에 마주앉는 북미 정상은 배 이상 차이가 나는 나이만큼이나 살아온 궤적도 판이하다.
뉴욕 퀸스에서 부동산 개발업자의 아들로 태어나 평생을 사업가로 살아온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폐쇄적 사회주의 국가 북한에서 20대 나이에 세습 지도자에 오른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외견상 삶의 배경이 전혀 다르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그동안 보여준 모습에서는 승부사적 기질과 과단성, 전통적 틀을 깨는 행동 방식 등 여러 공통점도 발견된다는 평가다.
'다른 듯 닮은' 두 정상이 직접 만나 보여줄 '케미스트리'(궁합)에 전 세계의 이목이 쏠리는 이유다.
◇ 대통령이 된 부동산 재벌 vs '사회주의 문명강국' 내건 30대 지도자
"도널드 트럼프는 미국적 성공 스토리 그 자체다." (Donald J. Trump defines the American success story.)
백악관 홈페이지가 이렇게 소개하듯, 부동산 사업으로 막대한 부를 쌓은 뒤 미디어를 통해 유명해지고 끝내 정치권력까지 거머쥔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적 자본주의'에서 가능한 성공담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삶을 살았다.

1946년생으로 올해 72세인 트럼프 대통령은 독일계 이민자 2세의 아들로 태어났다. 대학을 졸업한 뒤 가업을 이어받아 부동산 사업에 뛰어든 그는 뉴욕 맨해튼에 58층짜리 '트럼프 타워'를 지어 이름을 알렸고, 공격적인 경영으로 지금의 '트럼프 그룹'을 일궈냈다.
미디어로도 영역을 넓혀 미국 NBC의 리얼리티 오디션 프로그램인 '어프렌티스'(Apprentice·수습생)를 진행하며 전국적 명사로 자리매김했다.
그렇게 얻은 유명세를 바탕으로 2016년 대권에 도전, 모두의 예상을 깨고 승리하며 워싱턴의 아웃사이더에서 일약 미국의 대통령에 올랐다.
트럼프 대통령이 비즈니스 협상으로 잔뼈가 굵은 인물인 반면, 김정은 위원장의 '거래 능력'은 아직 세계에 선을 보인 지 얼마 되지 않았다.
1984년생, 올해 34세로 알려진 김 위원장은 지난 2011년 12월 아버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으로 20대 후반의 나이에 갑작스럽게 북한의 최고지도자 자리에 올랐다.
유년시절 스위스에서 유학하며 서구세계를 경험했기 때문에 개방적 행보를 보일 것이라는 외부의 관측과 달리 그는 집권 후 한동안 핵·미사일 개발에 총력을 쏟았다. 이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과는 "꼬마 로켓맨", "늙다리 미치광이" 등 험한 언사를 주고받으며 한때 극한 대립까지 빚었다.
그러나 집권 기간 김 위원장은 '사회주의 문명강국' 슬로건을 내걸고, 시장 원리를 도입하는 경제정책을 펴는 등 자본주의 부럽지 않게 잘사는 북한을 만들겠다는 열망 또한 일관되게 표출해 왔다.

부친이 '선군'을 주창하고 '국방위원장'이라는 지위를 유지하면서 군(軍)을 앞세우는 비정상적인 국가운영을 해왔다면 김 위원장은 노동당 중심으로 재편하면서 인민군의 '역할'을 크게 줄이는 사회주의 정상국가화의 길을 걸어오고 있다.
김 위원장의 이런 스타일이 비핵화와 대미 관계 개선의 길로 이끄는 동력이 되고 있다고 많은 이들은 평가한다.
◇ 명분보다 실리…'기성의 문법' 벗어난 과감함이 공통점
살아온 환경은 다르지만, 북미정상회담을 결단하고 추진해 오는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비슷한 면모를 자주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저서 '거래의 기술'에서 "나는 크게 생각하기를 좋아한다"며 "사람들은 대개 무언가 결정을 내려야 할 경우 일을 성사시킨다는 것에 두려움을 갖기 때문에 규모를 작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빅딜'에 몸을 사리지 않는 트럼프 대통령의 승부사적 기질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김정은 위원장의 대담함은 그가 올해 들어 대외관계에서 연이어 파격적 승부수를 던지고 있는 것에서 단적으로 드러난다.
김 위원장은 지난 3월 초 방북한 남측 특사단에 북미정상회담을 먼저 제안했고,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선뜻 수락하면서 회담이 열리게 됐다. 두 정상의 과감한 '베팅'이 북미정상회담이라는 초유의 이벤트를 성사시킨 셈이다.
<YNAPHOTO path='PYH2012041400030001300_P2.jpg' id='PYH20120414000300013' title=' ' caption='지난 2012년 4월 북한 최고인민회의 12기 5차회의에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에 추대되고 있는 당시 김정은 노동당 1비서 [조선중앙TV 제공=연합뉴스 자료사진]' />
두 사람 모두 실리를 위해서라면 기성의 문법을 벗어난 결정과 행동을 주저하지 않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김연철 통일연구원장은 지난달 초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3가지 공통점이 있다"며 "형식보다는 내용을 중시하고 명분보다는 실리를 택한다. 그리고 둘러가기보다 핵심에 직접 접근하는 방식"이라고 진단했다.
이런 성격은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 모두 정치 경험이 짧은 것과 무관치 않다는 해석도 나온다.
2015년 공화당 대선후보 경선 출마를 공식 선언하기 전까지 트럼프 대통령은 워싱턴 기성 정치 경력이 일천했다. 김정은 위원장도 아버지 김정일이 숨지기 약 3년 전인 2009년 1월에야 후계자로 내정되는 등 후계수업 기간이 짧았다.
이렇듯 유사한 두 정상의 성격은 북미정상회담에서 통 큰 합의를 도출시킬 촉매제가 될 수 있다. 북한은 지난달 25일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의 담화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만나면 좋은 시작을 뗄 수 있을 것"이라는 김정은 위원장의 속내를 이례적으로 드러내며 기대를 숨기지 않았다.
하지만 두 정상이 모두 승부욕에서는 '둘째가라면 서러운' 인물이기도 하다는 점에서 팽팽한 신경전이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는 관측이다.
kimhyoj@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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