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아베 총리, 사학학원 스캔들 핵심인사 직격탄 맞고 또 '흔들'

입력 2018-06-07 11:53  

日 아베 총리, 사학학원 스캔들 핵심인사 직격탄 맞고 또 '흔들'
학원 前이사장 "재무성에 총리부인 사진 보여준 뒤 국유지 매입 '神風'"
여당 내에서도 높아지는 '反아베'…고이즈미 "국회, 스캔들 조사해야"

(도쿄=연합뉴스) 김병규 특파원 =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사학스캔들과 관련해 '문제 사학' 모리토모(森友)학원의 전 이사장에게서 다시 직격탄을 맞았다.
7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가고이케 야스노리(籠池泰典) 전 모리토모학원 이사장은 전날 이 신문과 한 인터뷰에서 "(아베 총리 부인인) 아키에(昭惠) 여사와 찍은 사진을 재무성에 보여줬더니 '가미카제(神風·신풍)'가 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진을 보여준 뒤) 재무성과의 교섭이 얼음이 유리 표면에 미끄러지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고 덧붙였다.
'가미카제'는 13세기 원(元)나라의 일본 정벌에서 등장하는 표현이다. 당시 원나라는 악천후로 배가 난파하며 참패했는데, 그때 신이 바람을 불어 침략을 막아줬다는 의미로 '가미카제'라는 표현이 생겼다.
가고이케 전 이사장이 이 표현을 사용한 것은 아키에 여사와 찍은 사진을 보여주니 국유지 매각과 관련해 재무성 관료들이 적극적으로 움직였다는 것을 설명하는 대목에서 나왔다.


모리토모학원 스캔들은 이 사학재단이 초등학교 부지로 쓸 국유지를 감정가인 9억3천400만엔(약 90억5천만원)보다 8억엔이나 싼 1억3천400만엔에 매입하는 특혜계약을 맺는데 아베 총리 부부가 직접적 혹은 간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이다.
가고이케 전 이사장의 이런 발언은 이 과정에서 재무성이 적극적으로 도움을 주며 관여했고 그 배경에 아키에 여사의 영향력이 있다는 사실을 강조한 것이다.
아키에 여사는 모리토모학원이 운영하는 유치원의 명예 원장, 설립예정이던 초등학교의 명예교장을 각각 맡으며 가고이케 전 이사장 부부와 친분을 갖고 있었다.
재무성은 지난 4일 모리토모 스캔들에 대한 재무성 차원의 보고서를 내고 관련 의혹이 재무성 공무원들의 잘못이라는 결론을 내리며 아베 총리에게 '면죄부'를 줬지만, 스캔들과 관련한 비판 여론은 더 거세지고 있다.
그런 가운데 구속됐다가 최근 보석으로 풀려난 가고이케 전 이사장의 '입'은 사태 진정을 노리는 아베 정권을 더한 궁지에 몰고 있다.
가고이케 전 이사장은 아베 총리가 관련 단체의 임원을 맡고 있는 극우단체 일본회의에서 활동한 인물로 한때 아베 총리의 팬임을 자처했지만 사학스캔들로 아베 총리가 자신을 비판하자 입장을 바꿔 아베 총리의 '저격수'로 변신했다.
그는 아사히신문 인터뷰에서 재무성이 4일 발표한 보고서와 관련해 "(문서 조작과 폐기 등) 뒤가 켕기는 일이 있었던 것이다. 아베 총리에 손타쿠(忖度·윗사람이 원하는 대로 알아서 행동함) 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아베 총리의 진화 노력에도 모리토모학원, 가케학원 등 2개 사학재단과 관련한 양대 사학스캔들에 대해서는 여권 내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대중적인 인기가 높은 고이즈미 신지로(小泉進次郞) 자민당 수석 부(副)간사장은 전날 두 사학스캔들에 대한 정부의 해명에 대해 "아무래도 이상하다. 국회에 특별위원회 등을 만들어 조사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여당이 참의원 정원을 늘리는 공직선거법 개정안 통과를 강행하려는 것에 대해 "(자민당이) 사학스캔들에 대해서는 결론을 내지 못하면서 (공직선거법) 개정안에 대해서는 확실히 결론을 냈다"면서 "국민을 깔봐서는 안 된다"며 자성을 촉구했다.
자민당 내 파벌 다케시타(竹下)파를 이끌며 아베 총리의 장기 집권에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는 다케시타 와타루(竹下亘) 총무회장도 당 차원에서 사학스캔들에 대해 검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bkkim@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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