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금융연구원 국제 콘퍼런스…"금융위기 이전이 '정상' 수준 아닐 수도"
한은 "중앙은행, 당분간 금융안정보다 경기회복에 더 초점"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중앙은행의 권한과 독립성, 파급효과 등을 둘러싼 전통적인 견해가 흔들렸지만, 이 과정에서 중앙은행 독립성이 크게 훼손된 것은 아니라는 지적이 나왔다.
카와이 마사히로 일본 도쿄대 교수는 7일 서울 중구 명동 은행회관에서 한국금융연구원 주최로 열린 '글로벌 금융위기 회고와 전망' 국제 콘퍼런스에서 글로벌 금융위기의 영향을 설명하며 이같이 말했다.
카와이 교수에 따르면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독립적인 중앙은행은 금융 안정을 신경 쓰지 않고 물가 안정이나 물가상승률 목표에만 집중했다.
이 같은 현대 중앙은행 제도가 물가상승률을 안정시키고 경제 성장을 뒷받침하고 있다는 믿음 역시 강했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로 이 같은 견해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카와이 교수는 "중앙은행의 권한이 물가상승률 목표를 정하는 것 이상으로 확장돼야 할 필요가 생겼다"며 "글로벌 금융위기를 계기로 중앙은행과 재무부, 금융 감독·규제 당국이 함께 보조를 맞추게 됐고 중앙은행이 금융 안정에 대한 책임을 지게 됐다"고 설명했다.
중앙은행의 독립성에 대한 찬반 논란도 생겼다.
금융위기 상황에서 중앙은행과 정부가 함께 일하는 것이 더 중요하기 때문에 독립성이 중요하지 않다는 견해가 나온 것이다.
이와 관련해 카와이 교수는 "중앙은행의 독립성이 정부와의 공조로 꼭 침해받은 것은 아니다"라며 잘 조율되기만 하면 독립성을 지키면서 정부와 공조가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또 "엄청난 양의 국채를 사들인다고 해서 중앙은행의 독립성이 위협을 받지는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한국은행 관계자는 중앙은행의 역할이 당분간 경기회복에 맞춰질 것으로 예상했다.
토론에 참여한 안병권 한국은행 경제연구원 거시경제연구실장은 "앞으로도 낮은 물가상승률과 저성장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다"며 "중앙은행(의 역할)이 금융 안정보다 경기회복에 더 초점을 맞추게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편, 현재 각국 통화당국이 최근 통화정책 정상화를 외치며 예전 정책으로 회귀하려고 하지만 실상 금융위기 이전의 금융 상황이 정상이 아닐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송민기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스페인의 실업률을 보면 금융위기 이전보다는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면서도 "1990년대 이후로 쭉 보면 2006년이 저점이었고 역사적으로 상당히 낮은 수준이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회복은 위기 전 수준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정상 수준으로 돌아가는 것을 의미하므로 실업률을 비롯한 각 경제지표가 이미 회복한 상황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그는 "금융위기 이전 수준이 정상 상황이 아닐 수도 있다"며 정상이라는 것에 대해 깊이 있게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왕원 중국 인민대학 충양금융연구원 교수는 금융위기 10년 이후 미국과 중국의 경제 상황을 비교했다.
그는 "지난 10년 동안 세계 경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고 미국이 줄었다고 하지만 사실이 아니다"라며 "국내총생산(GDP) 기준으로 세계 경제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3.3%에서 24.8%로 늘었고 중국의 경우 7% 대에서 15%로 늘었다"고 설명했다.
왕 교수는 "경제뿐만 아니라 금융, 군사, 기술 측면에서 미국이 여전히 세계 1위"라며 "단 한 가지 바뀐 것은 국가 이미지뿐"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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