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음수 측정기' 든 남성 목격…회담장내 세부동선 짜는 듯
조명·장식 업체 트럭 진입…CCTV 추가설치 등 보안강화 움직임도
(싱가포르=연합뉴스) 황철환 특파원 = '세기의 담판'이 될 6·12 북미정상회담이 치러질 싱가포르 센토사 섬 카펠라 호텔에선 7일 현재 세부 의전과 동선을 마무리하기 위한 작업이 한창이다.
7일 낮 현재 호텔 내부에는 북한과 미국, 싱가포르 실무팀은 물론 싱가포르 현지 이벤트 업체 관계자들이 다수 모여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호텔 내부 사정에 밝은 현지 소식통은 연합뉴스 기자의 물음에 "호텔 안에 사람 상당수(quite a few)가 모여 (북미정상회담) 계획과 관련한 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호텔에선 '걸음수 측정기'란 이름이 적힌 장비와 서류철을 든 현지인 남성들이 우르르 바깥으로 나왔다가 다시 들어가는 모습이 목격되기도 했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보폭을 감안해 회담장내 세부 동선을 확정하는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이날 카펠라 호텔에선 조명 설치와 휴대용 발전기 대여, 행사용 장식 등 서비스를 제공하는 싱가포르 현지 이벤트 업체 소유의 트럭과 아무 표시가 돼 있지 않아 소속을 추정할 수 없는 화물차 여러 대가 드나드는 모습도 보였다.
이런 움직임은 북미정상회담이 하루 더 연장될 가능성과 관련이 있을 수 있다. 양국 정상이 만찬 등을 함께 할 것에 대비한 준비작업일 수 있다는 의미다.
이 호텔에선 현지시간으로 12일 오전 9시(한국시간 오전 10시)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역사적 첫 회동이 이뤄진다.
싱가포르 정부는 이를 전후해 회담장 상공과 주변 해역 통행을 제한하고, 곳곳에 검문소를 설치해 철통보안을 펼칠 계획이다.
호텔측은 진입로에 직원들을 이미 배치해 드나드는 차량을 일일이 붙잡아 외부인 '침입'을 막고 있다.
인접 대형 유원지인 유니버설 스튜디오 싱가포르가 여전히 인파로 북적이는 등 여타 지역에선 변화를 느끼기 힘들지만, 호텔 주변은 이미 보안 태세가 대폭 강화됐다.
경찰은 카펠라 호텔 안팎을 주기적으로 순찰하고 있으며, 정오께는 싱가포르 당국자들로 보이는 남녀 7명이 경찰 승합차를 타고 와 호텔과 주변 건물의 보안 취약점을 파악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오후에는 싱가포르 경찰 소속 CCTV 운반 차량이 도착해 호텔 진입로 주변에 이동식 CCTV 수 대를 설치했다.
카펠라 호텔과 맞닿은 섬 반대편 팔라완 해변 도로에선 경찰차 2대에 나눠타고 온 경찰관들이 머리를 맞대고 경계작전을 논의하는 듯했다.
섬내 순환 도로에선 경찰 특공대원으로 보이는 검은색 전투복 차림의 남성들이 2인 1조로 오토바이에 탄 채 일렬로 질주하는 진풍경이 펼쳐지기도 했다.
현지 주민은 "이런 모습은 처음 본다"면서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사전 연습 같은 걸 하는 것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앞서 싱가포르 정부는 센토사 섬 전역과 인근 해역을 이달 10일부터 14일까지 북미정상회담을 위한 특별행사구역으로 지정했다.
특히 카펠라 호텔과 인접 유원지인 유니버설 스튜디오 싱가포르 등은 '특별구역'으로 따로 규정돼 이 기간 경찰의 검문검색이 실시되는 등 한층 더 강한 보안조치가 취해질 예정이다.
hwangch@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