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조사단 조사결과 존중해야…합리적 근거없는 '재판거래'의혹 우려"
일선 판사들도 잇단 회의…부산지법·수원지법 판사들 '수사 촉구'
(서울=연합뉴스) 임순현 기자 = 양승태 사법부의 '재판거래' 의혹에 관여한 전·현직 판사들에 대한 후속조치 논의를 위해 모인 전국 법원장들이 사법부 차원의 검찰 고발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결론을 내놨다.
성낙송 사법연수원장 등 각급 법원장 35명은 7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20분까지 전국법원장간담회를 열고 "사법행정권 남용 관련자들에 대해 형사상 조처를 하지 않기로 한 특별조사단의 결론을 존중한다"고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이어 "사법부에서 고발, 수사 의뢰 등의 조처를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을 나눴다고 전했다.
재경지법의 한 법원장은 "형사 (사건) 대상이 아니라는 특별조사단의 결정을 존중한다는 내용으로 논의됐다"며 "여러 법원장이 법리적으로 검토한 결과 특조단의 결론에 대해서 이의를 제기할만한 부분이 없었다"고 전했다.
법원장들은 또 "사법행정권 남용의 혹에 대한 특별조사단의 조사결과를 무겁게 받아들인다"며 "사법행정권 남용행위가 법관의 독립과 사법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심각하게 훼손했다는 점에 인식을 같이하고 그 책임을 통감한다"고도 밝혔다.
또 "사법부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개혁방안이 신속하게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에도 의견을 같이했다.
언론 등에서 제기되는 '재판거래 의혹'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법원장들은 "합리적인 근거 없는 이른바 '재판거래' 의혹 제기에 깊이 우려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양승태 사법부 시절 법원행정처가 법관을 사찰하고 청와대와 특정 재판을 두고 정치적 거래를 했다는 의혹은 사실이 아니라는 것이다. 재판거래 정황으로 보이는 다수의 문건이 발견됐지만, 의혹이 실행됐는지가 밝혀지지도 않은 상태에서 기정사실로 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로 보인다.
법원장들의 논의 결과는 고참 법관에 해당하는 서울고법 부장판사들이 지난 5일 판사회의를 열고 사법부가 나서 관여자를 검찰에 고발하는 방안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힌 것과 비슷한 맥락으로 풀이된다.
법원장들은 이 같은 논의내용을 정리해 김명수 대법원장에게 전달하고 법원 내부 통신망 코트넷에 공지할 방침이다.
자유로운 토론방식으로 진행된 간담회였기 때문에 별도의 투표나 의결절차는 이뤄지지 않았다.
이날 간담회는 7시간 넘게 진행된 끝에 마무리됐다. 당초 12시까지 진행하기로 한 오전 회의가 오후 1시까지 진행됐고, 오후 2시에 재개한 회의는 오후 5시20분께 마무리됐다.
일부 법원장은 검찰 고발의 부작용이나 파문 확산을 우려하는 것보다 사법 불신을 낳은 이번 사태의 재발방지를 위해서 엄중한 후속조치가 반드시 전제돼야 한다는 주장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재경지법의 또 다른 법원장은 "서로 반박하는 분위기보다는 최소한의 공감대를 찾는 분위기였다"며 "한마디씩 하려니 시간이 오래 걸렸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법원장들의 토론과 별개로 사태 해결을 촉구하는 일선 판사들의 목소리도 이어졌다. 지난 1일 의정부지법을 시작으로 4일 서울중앙지법, 서울가정법원, 인천지법 거쳐 전국으로 확산하고 있다.
이날 오전에는 부산지법 소속 부장판사 44명 중 25명이 판사회의를 열고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에 주도적으로 관여한 전·현직 담당자에 대한 형사상 조치를 비롯한 철저한 책임 추궁이 필요하다"는 공식입장을 냈다.
중견 법관 그룹에 해당하는 부장판사들이 '형사상 조치 필요성'을 단체 명의로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서울중앙지법의 부장판사들은 지난 4∼5일 3차례에 걸쳐 회의를 열었지만, 수사 촉구안은 결의하지 못한 채 "사법행정권 남용 및 재판독립 저해 행위에 사법부 구성원으로서 참담함을 느끼며 책임을 통감한다"는 입장만 의결했다.
부산지법의 부장판사들이 '형사상 조치 필요성'을 주장하는 입장을 내자, 같은 법원의 단독판사 12명(정원 15명)도 회의를 열어 부장판사들과 같은 결론을 냈다.
또 오후에는 수원지법 소속 판사 150명 중 78명이 비공개 판사회의를 열고 "엄중하고 성역 없는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는 데 뜻을 같이한다"며 검찰 수사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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