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휴대전화 안심번호 여론조사 신뢰성 담보할 수 있을까

입력 2018-06-07 18:17  

[팩트체크] 휴대전화 안심번호 여론조사 신뢰성 담보할 수 있을까
집 전화 조사 한계 보완 목적…이통사 "같은 번호 중복 제공 없다"
고객에 안심번호 제공 거부 의무…"개인정보보호 원칙 침해 소지"



(서울=연합뉴스) 김희선 기자 =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론조사를 둘러싼 공정성 시비가 끊이지 않고 있다.
자유한국당 서병수 부산시장 후보는 지난 5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휴대전화 안심번호를 이용한 여론조사의 모집단 자체가 왜곡돼 있다며 신뢰성을 문제 삼았다.
서 후보는 "이동통신사(이하 이통사)로부터 모집단을 8천개에서 많게는 2만개를 받아 이를 샘플로 사용하는데 이 안에서 계속 여론조사를 하니 석 달 전이나 두 달 전이나 지금이나 그 결과가 똑같다"고 주장했다.
'안심번호'(가상번호)란 휴대전화 이용자의 실제 번호가 노출되지 않도록 이통사가 임의로 생성한 가상의 일회용 전화번호다. 여론조사기관이 조사에 필요한 성별, 연령별, 지역별 휴대전화 번호를 이통사에 요청하면 이통사는 이를 실제 번호가 노출되지 않는 안심번호 형태로 제공하게 된다.
안심번호를 활용한 여론조사는 휴대전화 이용이 보편화한 요즘 집 전화만을 통해 조사할 때 발생할 수 있는 부정확성을 보정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작년 2월 법 개정을 통해 도입됐다.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여론조사기관이 이통사로부터 안심번호를 받으려면 관할 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이하 여심위)를 경유해야 하는데, 해당 조사 개시 10일 전까지 위원회에 여론조사의 목적과 기간, 성별·연령별·지역별 휴대전화 안심번호 수 등을 기재한 요청서를 제출해야 한다.
요청을 받은 이통사는 7일 이내에 안심번호를 생성해 유효기간을 설정한 다음 제공하게 된다. 이 유효기간은 여론조사 기간을 초과해서는 안 되며 최대 10일을 넘길 수 없도록 공직선거관리규칙에 규정돼 있다.
여론조사기관은 이통사로부터 받은 안심번호를 해당 여론조사 기간 내에만 사용한 뒤 폐기해야 하며 다음 조사에서 이를 다시 사용할 수 없다는 얘기다.
이통사 관계자는 "한번 받은 안심번호는 유효기간 내에만 연결되도록 설정돼 있으며, 조사업체뿐 아니라 이통사도 유효기간이 지나면 폐기해야 한다"며 "한번 제공된 번호는 다시 안심번호로 생성되지 않도록 하기 때문에 같은 번호가 중복 제공될 우려도 없다"고 설명했다.
안심번호를 활용한 여론조사는 응답률, 특히 휴대전화를 주로 사용하는 젊은층과 낮 시간대의 응답률을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 때문에 현재 대부분의 조사업체가 집 전화 조사와 안심번호 조사를 병행하고 있다.
여심위에 따르면 공표·보도 목적으로 실시된 6·13 지방선거 관련 여론조사 총 1천337건 가운데 안심번호를 활용한 조사는 992건으로 74%에 달했다.
여심위 관계자는 "집 전화 조사만으로는 신뢰도가 떨어진다는 인식이 형성돼 대부분의 업체가 안심번호를 활용하고 있다"며 "안심번호 도입 전에도 일부 업체가 무작위 추출 방식으로 휴대전화 조사를 하기도 했지만, 이 방식으로는 연령별·지역별 표집 할당에 어려움이 있어 지금은 별로 활용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여론조사업체 리얼미터 권순정 조사분석실장은 "안심번호 조사는 유선전화에 비해 응답률이 2배가량 높다"며 "유선전화 조사에 비해 비용이 많이 들지만 신뢰도를 높일 수 있어 대부분의 업체가 유·무선 조사를 혼용하는데, 대개 50~80%를 안심번호를 통한 조사로 구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안심번호를 이용한 여론조사에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우선 개인정보보호 원칙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있다.
공직선거관리규칙에 따르면 이통사는 고객에게 ▲자사 홈페이지 게시 ▲전자우편 ▲우편물 발송 중 두 가지 이상의 방법을 통해 자신의 번호가 안심번호 형태로 여론조사업체에 제공될 수 있다는 것을 고지해야 하며, 이를 거부하고자 하는 고객은 20일 이내에 이통사에 거부 의사를 표시해야 한다.
이 규정에 따라 현재 이통사들은 홈페이지 게시와 매달 발행되는 요금 고지서를 통해 고객에게 이를 알리고 있지만, 고지를 인지하고 거부 의사를 표시하는 고객이 많지 않다는 것이 이통사 관계자의 말이다.
개인정보보호법은 개인정보를 제3자에게 제공하려면 정보주체의 동의를 받도록 하고 있으며, 동의를 받으려면 정보주체가 이를 명확하게 인지할 수 있도록 알려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김민호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현 개인정보보호학회장)는 "적극적으로 반대하지 않는 한 동의한 것으로 보는 방식은 개인정보보호법에 저촉될 소지가 있다"면서 선거법이 특별법이라는 점을 내세워 형식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하지만, 개인정보의 처리에 관한 법령을 제·개정하는 경우 개인정보보호법의 목적에 부합되어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는 점에서 실질적 침해 소지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밖에 안심번호는 유효기간이 지나면 폐기해야 하므로 조작 의혹이 제기되더라도 조사의 정확성에 대한 검증이 불가능하다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hisunn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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