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억 달러 보증금 예치…미측 컴플라이언스팀 ZTE에 배치
로스 장관 "매우 엄격한 합의"…미중 무역협상 영향주목
(서울·뉴욕=연합뉴스) 김정은 기자 이귀원 특파원 = 미국 정부가 7일(현지시간) 중국 통신장비업체 ZTE(중싱통신)에 대한 '미 기업과의 7년간 거래 금지' 제재를 해제하기로 ZTE 측과 합의했다고 윌버 로스 미 상무장관이 밝혔다.
로스 장관은 이날 미 경제매체인 CNBC에 출연해 ZTE에 대한 제재해제를 공식화했다.
이번 합의에 따라 ZTE는 미 정부에 벌금 10억 달러(약 1조695억 원)를 납부하고 4억 달러(약 4천274억 원)를 보증금 성격으로 결제대금계좌(에스크로)에 예치해야 한다. 앞으로도 ZTE의 추가 위반 사항이 발생하면 4억 달러는 몰수된다.
또 ZTE의 경영진과 이사회를 30일 이내에 교체하고, 미 정부가 미측 인력으로 구성된 컴플라이언스 팀을 선발해 ZTE 내에 배치하도록 했다. 컴플라이언스 팀은 ZTE의 법규 준수 여부 등을 회사 경영진은 물론 미 상무부에 보고하도록 했으며, 이들에 대한 보수는 ZTE 측에서 지급한다.
로스 장관은 이 같은 합의에 대해 "매우 엄격한 합의이며, ZTE뿐 아니라 다른 잠재적 '나쁜 행위자'들에 대해서도 매우 좋은 억지력으로 작용할 것"이라면서 "ZTE 측이 이번 합의 사항을 충실히 이행하지 않으면 우리는 여전히 다시 (제재를 통해) 문을 닫게 할 힘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로이터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이번 합의에는 향후 ZTE의 추가 위반 시 10년간 미국 기업과 거래를 하지 못하도록 하는 조항도 포함돼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의 제재로 핵심부품 공급이 끊기면서 문을 닫을 위기에 몰렸던 ZTE는 이번 제재 해제로 다시 회생의 길을 찾을 것으로 보인다.
미 상무부는 지난 4월 16일 ZTE에 대해 대북 및 대이란 제재 위반 혐의로 향후 7년간 미국 기업과 거래를 할 수 없도록 하는 제재를 단행했다.
앞서 ZTE는 2012년 1월부터 2016년 3월까지 미국 기업들로부터 구매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이란 전기통신사업자인 TIC에 공급해 미국의 대 이란 제재를 위반한 혐의가 포착됐고, 지난해 11억8천만 달러의 벌금과 고위 임원 4명 해고 및 35명에 대한 상여금 삭감 혹은 견책 등의 징계를 하기로 상무부와 합의했다.
그러나 ZTE가 다른 35명에 대해 징계조치를 취하지 않자 미국 기업과의 '7년간 거래 금지'라는 강력한 제재카드를 꺼내 들었다.
중국의 대표적 통신장비업체이자 미국 내에서 스마트폰 판매 4위를 기록하고 있는 ZTE는 휴대전화에 들어가는 반도체와 통신장비의 주요 구성품 등 상당수 부품을 미국으로부터의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로스 장관은 이번 ZTE 합의가 "대중 관세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미중간 무역분쟁과는 별개 사안이라고 밝혔지만 양국 간 핵심 갈등 현안 가운데 하나였던 ZTE 문제에 돌파구가 마련되면서 무역협상에 미칠 영향이 주목된다.
ZTE 제재 해제 합의는 미중간 무역갈등 해소를 위한 협상 분위기에 긍정적 요소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다만 무역협상에서는 5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미국의 관세부과 강행 여부가 더 큰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 지난 주말 베이징에서 열린 미중 무역협상에서 미측에 700억 달러(약 74조9천700억 원) 규모의 미국산 제품 구매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구체적인 합의에는 이르지 못했다.
미국은 지난달 17~18일 워싱턴DC에서 열린 2차 무역협상 이후 5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25%의 고율 관세부과 계획을 보류한다고 밝혔지만, 베이징에서의 후속 협상을 앞두고 돌연 관세부과를 강행하겠다면서 입장을 번복했기 때문이다.
미 의회는 ZTE에 대한 제재 완화나 해제에 반대해왔던 만큼 이번 합의에 크게 반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lkw77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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