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담 잘되면 백악관 초청"…'마러라고 골프회동' 전망도
北 '평양 초청' 무게둘 듯…정상국가 이미지 부각 효과
(뉴욕=연합뉴스) 이준서 특파원 = 북한 비핵화 협상을 기존의 '일괄타결' 식보다는 '단계적 방식'으로 풀어가겠다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의지가 명확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7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의 정상회담 후 기자들에게 "누차 말했듯이 그것은 '과정'(process)"이라며 "한 번의 회담으로 될 협상(one-meeting deal)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북미정상회담을 나흘 앞두고 여러 차례의 회담을 거쳐 비핵화 논의를 하겠다는 뜻을 표명한 것이어서 이번 정상회담을 뒷받침하는 후속회담의 가능성이 한층 커진 것으로 볼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복수의 회담'을 시사한 것이 곧바로 비핵화 방식을 '단계적'으로 가겠다는 의미는 아니다. 그러나 단 한번의 협상으로 핵문제와 체제보장 문제를 일거에 해결할 수 없다는 '현실인식'을 하기 시작하면서 기존의 '빅뱅식 해결'이 아니라 '다단계·중장기적 해결'이 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평가된다.
실제로 전문가들은 북한 비핵화가 갖는 현실적 난제들을 감안할 때 단 한 차례 담판만으로는 북한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방식의 비핵화(CVID)를 보장하기는 어렵다는 견해를 보이고 있다.
이번 싱가포르 회담에서는 북한 비핵화와 체제보장에 대한 큰 틀의 합의를 이루는 게 관건이라면,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후속회담들이 불가피하다는얘기다.
주목되는 점은 당장 오는 12일 열리는 '세기의 담판'인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일정 자체가 연장될 수 있는 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싱가포르에) 얼마나 오랫동안 머물 것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상황에 따라 하루, 이틀, 사흘"이라고 대답했다.
회담 당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여러 차례 만나는 것은 물론 상황에 따라 하루 또는 이틀 더 회담할 수도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만약 후속회담이 열린다면, 장소부터 관심거리다.
첫 만남의 장소로 '중립적인 외교무대'인 싱가포르가 낙점됐다면, 2차 회담의 무대로는 북미 양측의 '안방'부터 후보지로 거론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북미정상회담이 잘 된다면 김정은 위원장을 미국으로 초청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앞서 블룸버그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개인별장인 플로리다 팜비치의 마러라고 리조트를 2차 회담 장소로 제안할 수도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플로리다의 휴양지에서 북미 정상의 '골프 회동'도 가능하지 않겠느냐는 전망도 나온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을 우선순위에 두는 모양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으로 초청할 경우 그 장소가 백악관이냐 아니면 플로리다 팜비치에 있는 트럼프 대통령 소유 휴양지인 마러라고이냐'는 질문에 "아마도 우리는 백악관에서 먼저 시작할 것이다.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되물었다.
반면에 북한은 2차 회담의 무대로 평양을 주장할 가능성이 있다. 북한으로서는 세계 최강국 정상을 불러들여 정상국가의 이미지를 부각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은 당초 북미정상회담의 장소로도 평양 개최를 희망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2000년 빌 클린턴 당시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 간 회담 협상 때도 개최지로 평양을 주장했었다.
지난 3월 8일 한국 특사단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된 김정은 위원장의 '초청장' 역시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북미 모두 후속회담을 안방에서 하느냐, 적진으로 뛰어드느냐, 아니면 또 다른 제3 지대에서 만나느냐에 따라 회담의 성격과 결과는 판이해질 수 있다. '싱가포르 담판'이 성공적으로 끝난다고 하더라도 후속회담의 무대를 놓고 치열한 줄다리기가 예상되는 대목이다.
j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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