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무기·시리아 지원 비판…러시아 "체육 정치화" 반발
잡음에도 잉글랜드 포함 선수단 출전준비는 미동없이 확고
(서울=연합뉴스) 김영현 기자 = 2018 러시아월드컵 축구대회가 오는 14일 개막을 앞두고 뒤숭숭한 분위기다.
영국을 비롯해 호주, 스웨덴, 아이슬란드 등 주요 참가국 정부 인사들이 러시아의 정치 행보를 비판하며 월드컵 개·폐막 행사 등에 불참하겠다고 줄줄이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이번 월드컵을 계기로 강대국 이미지를 확고하게 다지려는 러시아는 "축구 경기를 정치화하지 말라"며 강하게 반발하는 분위기다.
7일(현지시간) 미국 스포츠 전문매체 ESPN에 따르면 줄리 비숍 호주 외무장관은 최근 호주 AAP통신에 "호주는 이번 러시아월드컵에 정부 대표단을 파견하지 않을 것"이라고 확인했다.
앞서 스웨덴과 아이슬란드 정부도 러시아월드컵 개막식 등에 공식적으로 참석하지 않겠다고 말했다고 스웨덴 라디오 채널 SR이 지난 4일 보도했다.
스웨덴 아니카 스트란드헬 복지부 장관은 "스웨덴 정부의 모든 멤버는 이번 월드컵을 보이콧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들 국가는 전직 러시아 출신 스파이 독살 기도 사건과 관련해 영국에 대한 연대의 표시로 이 같은 보이콧 조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영국은 지난 3월 발생한 스파이 독살 기도 사건의 배후로 러시아 정부를 지목한 뒤 영국 정부의 장관과 왕족은 이 사건에 대한 항의의 뜻으로 이번 월드컵에 참석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들 서방 국가는 정부군 공습으로 민간인 희생이 계속되는 시리아 사태와 관련해서도 러시아의 정치 행각을 비판하고 있다. 러시아는 시리아 정부군을 줄곧 지원해왔다.
유럽의회 의원 60명은 지난 4월 러시아가 유럽의 가치를 조롱하고 있다며 유럽연합(EU) 지도자들에게 월드컵 참석을 보이콧하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아울러 국제인권단체들은 러시아 내 인권 상황을 거론하며 이번 월드컵을 "수치스러운 대회"라고 비판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러시아는 월드컵과 관련한 '정치 공세'를 중단하라며 반발하고 있다.
블라디미르 치조프 EU 주재 러시아 상주대표(대사)는 최근 "러시아와 서방 국가와의 긴장 관계에도 불구하고 정치가 (월드컵 같은) 스포츠 이벤트와 연루되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했다고 최근 영국 일간 익스프레스가 보도했다.
치조프 대사는 "여러 나라의 정치인들이 월드컵을 정치 대결의 장으로 이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다만, 이처럼 일부 서방 정부 인사들이 러시아월드컵 보이콧을 선언했지만, 선수단 불참 움직임은 아직 없다.
잉글랜드는 이번 월드컵에서 벨기에 등과 함께 G조에 편성됐다. 호주는 C조, 아이슬란드는 D에 각각 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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