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역·주민센터 등 유권자 발길…출근시간 전 붐비다 한산해져
"첫 투표 뿌듯", "공약 거기서 거기"…유권자 반응 각양각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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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성서호 현혜란 강애란 이효석 기자 = 6·13 지방선거와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의 사전투표 첫날인 8일 서울 시내 곳곳에서는 바쁜 시간을 쪼개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려는 시민들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투표소마다 분위기는 사뭇 달랐지만, 투표함에 투표용지를 넣는 표정에는 모두 진지함이 묻어났다.
각 후보 측은 이날 오전도 지하철역 출입구 등에서 명함을 나눠주고 후보 번호와 이름을 외치며 선거운동을 펼쳤다.
사전투표소 100m 밖에서는 선거운동이 가능한 점을 이용해 선거운동을 펼치거나, 100m 경계가 아슬아슬한 지점에 후보 사진과 이름이 붙은 선거 차량을 주차해둔 모습도 눈에 띄었다.
서울역 3층에 마련된 남영동 사전투표소는 사전투표 첫날 표정을 담으려는 취재진이 몰렸다. 오전 9시 전까지만 해도 직장인들이 몰려 비교적 붐볐지만, 출근 시간이 지나자 이내 한산해졌다.
여행객들 중에는 행여 기차를 놓칠까 투표를 마치고 서둘러 자리를 뜨는 모습도 종종 눈에 띄었다.
직장인 이형권(66) 씨는 이번 투표의 의미를 묻는 말에 "나라가 어지럽지 않으냐"며 한참을 골똘히 생각하다가 "이번에 뽑히는 분들이 잘 좀 이끌어나가 줬으면 좋겠다는 바람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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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구 압구정동 주민센터에는 오전 8시부터 9시 사이에 노년층과 중장년층의 투표가 이어졌지만, 대체로 한산해 투표 열기를 찾아보기 힘들었다.
유권자들은 표심을 드러내는 것은 꺼렸으나, 사전투표 첫 번째 날부터 아침 일찍 투표소를 찾은 이들답게 구체적인 바람을 밝혔다.
강 모(61) 씨는 "어젯밤까지 공보물을 꼼꼼하게 읽었다"면서 "아파트 재건축에 확실한 생각을 하는 후보를 골랐다"고 말했다.
고등학생 자녀가 있다는 양 모(43·여) 씨는 "아무래도 교육감 선거에 가장 관심이 갔다. 아이들을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 수 있는 후보에게 투표했다"면서 "나머지는 늘 찍던 정당대로 찍었다"고 귀띔했다.
선거와 정치 지형에 관해 나름대로 소신을 밝힌 유권자들도 있었다.
신 모(40) 씨는 "강남 하면 '보수 텃밭'이라고 하는데 요새는 분위기가 다르다"면서 "어르신들은 몰라도, 30∼40대는 나름대로 소신껏 투표한다"며 웃었다.
고 모(36) 씨는 "강남에 살지만, 진보 정당을 지지한다"면서 "그런데 공보물만 읽으면 다 '거기서 거기' 같았다. 공약들이 아쉬워서 투표 안 할까 고민했다"고 꼬집었다.
서울역에는 사전투표소가 설치되지만, 고속버스터미널에는 설치되지 않는 점을 비판하는 유권자도 있었다.
박 모(57) 씨는 "일찍 고속버스터미널 갈 일이 있어서, 당연히 터미널에도 사전투표소가 있겠거니 했는데 찾아보니 없더라"면서 불만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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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진구 화양동 사전투표소에는 지방에 주소를 둔 직장인과 학생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건국대생 박재준(25) 씨는 "목포가 집인데 선거 전날 학교에 가야 해서 당일 투표가 어려워 사전투표를 했다"며 "지방에 주소를 두고 서울에서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한테 편리한 제도 같다"고 말했다.
오른쪽 손등에 투표 도장 인주를 찍고 투표소를 나선 직장인 유채영(19·여) 씨는 "이번에 처음 선거권이 나와 꼭 투표하고 싶었다"며 "집이 부산인데 선거날 서울에서 근무하게 돼 사전투표를 했다. 생각했던 것보다도 훨씬 뿌듯하다"고 말했다.
직장인들은 출근길 투표를 마치고 발걸음을 재촉했다. 김지희(27·여) 씨는 "회사에 서둘러 가야 한다"며 "선거날 집이 있는 강원도까지 내려가기는 힘들 것 같아 출근하기 전 투표를 했다"고 말했다.
서울 종로 1∼4가 사전투표소인 종로구청에는 오전 9시가 넘어서도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러 온 시민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서대문구에 사는 직장인 최 모(29) 씨는 커피를 사러 나온 김에 투표하러 왔다며 서둘러 회사로 돌아갔다.
서울시장부터 시작해서 구의원, 시의원, 비례대표 등 투표용지가 7장이나 되다 보니 프린팅하는 데도, 투표하는 데도 시간이 걸렸다.
특히 투표장 안에 들어간 시민들 일부는 누굴 뽑으려 했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거나 머리를 긁적거렸다.
수업을 들으러 가기 전 들렀다는 대학생 김민지(22·여) 씨는 "시장, 구청장까지는 생각이 났는데 그다음부터는 후보자 공약은커녕 얼굴도 기억이 나지 않더라"고 말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현재 투표율은 1.24%로, 전국 유권자 4천290만7천715명 가운데 53만2천188명이 투표를 마쳤다.
2014년 6·4 지방선거 당시 사전투표 첫날 같은 시각 투표율은 0.79%, 2016년 4월에 열린 20대 총선에서는 0.66%로 이번 선거의 사전투표율이 더 높은 상황이다.
오는 13일 선거 당일 투표가 어려운 유권자는 오늘부터 내일(9일) 오후 6시까지 전국 어느 사전투표소에서나 별도 신고 없이 미리 투표에 참여할 수 있다.
so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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