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투리 나무로 도마 만들다가 본격 작품활동
(대구=연합뉴스) 이강일 기자 = "도마에서 모든 요리가 시작되는 만큼 품격있는 요리는 명품 도마에서 나오지 않을까요"
대구 엑스코에서 7일 개막한 제17회 대구음식관광박람회에 참가 중인 권오준(48)씨 본업은 조소 작가이다.
그는 경북 안동에서 자신의 이름을 딴 미술관을 운영하고 있다. 권씨는 이 미술관을 안동시민과 관광객들에게 무료로 개방하는 것은 물론 예술·문화인들의 화합 장소로도 이용한다.
권씨는 돌과 나무를 깎고 붙이는 작업을 주로 하는 조소 작가이지만 올해 음식관광박람회에 참가했다.
그의 작품 가운데 요리와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는 '도마'가 있기 때문이다.
권씨가 도마를 만든 것은 20여 년 전 작품활동을 본격 시작할 무렵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다른 작품을 만들고 남은 나무를 이용해 시험 삼아 도마를 만들어 주변에 선물했다. 버리던 자투리 나무로 만든 것이었지만 주변의 반응은 좋았다.
주변에 선물하던 도마가 알려져 찾는 사람이 늘어나자 그는 아예 작품활동에 도마 만들기를 포함시켰다.
조각용으로 이용하는 나무여서인지 그가 도마를 만들 때 사용하는 나무는 박달나무처럼 단단한 것이 대부분이다. 또 보통 나무도마는 포도씨유 등으로 표면처리를 하지만 권씨는 꼭 제주도산 동백기름을 이용해 표면처리를 한다.
이 때문에 권씨가 만든 도마는 조직 밀도가 높아 오래 사용해도 칼자국이 잘 생기지 않고 음식물 국물이 도마로 잘 스며들지도 않는다고 한다.
조각가라는 권씨의 본업은 그가 만든 도마 하나하나에 빠짐없이 나타난다.
흔히 볼 수 있는 직사각형 모양 평범한 도마에서부터 사슴뿔 모양 손잡이를 기진 도마, 물고기 모양 도마, 새 모양 도마 등 다양하다.
권씨는 "단순한 주방 도구가 아니라 새로운 작품을 만든다는 생각으로 디자인 등에 대해 많은 고심을 하고 도마를 만든다"며 "도마에 대한 자부심에서 출발한 요리가 다른 음식보다 더 품격을 가질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leek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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