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국 정상, 회담 성공 원하지만 원하는 것은 완전히 달라"
"시진핑, 한반도 영향력 지속 원해…아베, 北 핵무기 포기 목표"
"문대통령, 한반도 교착상태 해결·종전선언·평화협정 논의 원해"
(서울=연합뉴스) 정재용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간의 역사적인 '6·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각각 어떤 기대를 하고 있을까.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는 8일 '아시아의 지도자들은 트럼프-김정은 정상회담에 대해 완전히 다른 희망을 품고 있다'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한·중·일 3국 정상들의 '동상이몽'을 소개했다.
한·중·일 3국 정상 가운데 북미 정상회담이 실패하기를 바라는 정상은 아무도 없지만 3국 정상이 선호하는 회담의 결과는 선명하게 차이가 난다고 FT는 지적했다.
문 대통령은 미국과 북한과의 관계회복을 환영하는 입장이지만, 아베 총리의 최우선 고려사항은 북한 핵무기의 파괴라고 신문은 주장했다.
또한, 시 주석은 중국의 외교적 지렛대(영향력)가 손상되지 않은 상태에서 북미협상이 가능한 오랫동안 지속하길 원하고 있다고 FT는 지적했다.
중국은 미국과 북한 간 직접 대화를 오랫동안 지지해 왔다. 하지만 중국과 미국은 상대방을 불신하고 상대방을 주변부로 내몰기 위해 북한과 협상을 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의 중국 담당 고문을 지낸 중국 칭화대학 부설 칭화-카네기센터의 폴 해늘 소장은 "중국은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현 상태 유지'(staus quo)에 변화를 일으키는 것을 걱정하고 있다"면서 "이러한 변화는 중국의 이해관계에 전혀 부합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내가 생각하기에 중국은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 모종의 거래를 하는 것을 걱정하고 있으며, 북한이 진심으로 미국과 좋은 관계를 맺기를 원하는지에 대해 걱정하고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중국에 가장 우호적인 결과는 미국과 북한이 북한의 핵 문제를 놓고 오랫동안 공개적으로 회담을 진행하는 것이라고 폴 소장은 분석했다.
그는 "미국은 북한의 핵 프로그램을 해결하기를 원하지만, 중국은 북한의 핵 프로그램을 관리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시 주석은 북미협상이 가능한 천천히 진행되기를 바라지만, 한국은 속도를 내기를 원하고 있다.
신문은 문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의 가장 열렬한 후원자라면서 수십 년 동안 이어져 온 한반도 교착상태를 해결하는 것이 문 대통령의 개인적이자 정치적인 야망이라고 소개했다.
김재천 서강대 교수는 "문 대통령은 한국전쟁을 공식적으로 종식하기를 간절히 원하고 있으며, 가능하면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에서 종전선언이 이뤄지고 평화협정 논의를 시작하기를 희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 또한 70년간 정전상태에 있는 한국전쟁을 '종전'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기를 갈망하고 있다"면서 "북미 정상회담이 잘 진행되면, 한국전쟁을 끝내는 종전선언을 공식적으로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앞서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지난 4월 27일 역사적인 남북 정상회담을 열고 '남과 북은 정전협정체결 65주년이 되는 올해에 종전을 선언하고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며 항구적이고 공고한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남·북·미 3자 또는 남·북·미·중 4자회담 개최를 적극 추진해 나가기로 하였다'는 내용의 판문점 선언을 발표한 바 있다.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을 바라보는 아베 일본 총리의 입장은 미국과 가장 가깝다고 FT는 분석했다.
즉 일본의 주요 목표는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도록 하는 것이다.
일본은 이번 북미 정상회담이 그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길을 연다면 회담을 성공적으로 평가할 것이고 만일 트럼프 대통령이 다른 무엇인가에 대해 양보를 한다면 실패로 평가할 것이라고 신문은 내다봤다.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을 지낸 야부나카 미토지(藪中三十二) 리츠메이칸대 교수는 "일본에게 가장 좋은 결과는 김정은 위원장이 비핵화에 대해 확실하게 약속하는 것"이라면서 "모호한 약속을 하면 우리는 전혀 성과물이 없게 된다"고 말했다.
한국과 북한 간 평화협정 체결은 일본에는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야부나카 교수는 일본이 최대 관심사는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문제라면서 "핵무기에 대한 명확한 약속 없이 평화협정으로 나아간다면, 그것은 매우 문제가 있는 결과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아베 총리는 북한이 자행한 일본인 납치 문제가 북미 정상회담을 통해 해결되기를 원하고 있다.
아베 총리는 7일(현지시간) 미국 백악관에서 열린 트럼프 대통령과의 미·일 정상회담에서도 북미 정상회담에서 일본인 납치 문제를 의제로 올려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jj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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