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공무원 꿈꾼 청춘, 안전불감증에 쓰러져 하늘로

입력 2018-06-08 11:44  

소방공무원 꿈꾼 청춘, 안전불감증에 쓰러져 하늘로
병간호차 할머니 집 찾았다 조부모와 함께 질식사
검찰, 공동배기구 폐쇄한 아파트 운영위원장 등 4명 기소

(전주=연합뉴스) 김동철 기자 = 그의 꿈은 소방공무원이었다.
전북 한 소방서에서 공익근무요원으로 국민의 의무를 다한 그는 소집해제 후 착실히 소방공무원 준비를 해왔다.
노인성 혈관 질환을 앓던 할머니가 퇴원한 그 날은 겨울의 한가운데였다.
익산에 살던 A(24)씨는 할머니를 간호하려고 지난 2월 8일 오후 전주시 우아동 할머니(74)의 아파트를 찾았다.
며칠간 집을 비웠던 터라 할아버지(79)는 냉기를 없애려고 보일러를 틀었다. 하지만 가스 냄새가 스멀스멀 올라왔다.
할아버지는 즉시 보일러 수리기사를 불렀다.

이날 오후 4시 10분께 도착한 보일러 기사는 가스 측정기조차 없이 냄새만 맡아 본 뒤 20분 만에 "이상 없다"면서 발길을 돌렸다.
결국, 보일러 기사가 떠난 지 1시간 만에 참변이 났다.
가스에 중독된 A씨와 할아버지, 할머니가 모두 쓰러진 것.
이 시간대 아들과 오가던 카카오톡 메시지가 갑자기 끊기자 불안함을 느낀 A씨 어머니는 이 아파트를 찾았지만, 문이 잠긴 채 TV 소리만 새어 나왔다.
119를 불러 문을 열고 들어가자 일가족은 의식을 잃은 채 쓰러져 있었다.
소방대원들이 심폐소생술을 했지만 모두 숨진 상태였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 결과 이들의 사망 원인은 일산화탄소 중독에 따른 질식사로 밝혀졌다.
이번 사고는 아파트 운영위원장의 안일한 판단과 보일러 기사의 판단 미숙 등이 부른 전형적인 인재(人災)로 밝혀졌다.
전주지검 형사2부는 최근 아파트 방한·방풍을 위해 부주의하게 공동배기구 폐쇄를 의뢰한 해당 아파트 운영위원장 B(60)씨와 공사업자 C(57)씨 등 2명을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또 사고 직전 가스 누출을 점검하면서 이상 없다고 판단한 보일러 기사 D(39)씨와 보일러 업체업주 E(40)씨 등 2명도 같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아파트 운영위원장 B씨는 지난해 10월 해당 아파트의 공동배기구를 폐쇄하는 과정에서 배기가스가 역류하지 않도록 하는 조치 없이 공사업자에게 공사를 맡긴 혐의로 기소됐다.
D씨와 E씨는 사고 당일 가스 냄새를 맡은 피해가구 요청을 받고 가스 누출을 점검하면서 점검을 소홀히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가스 냄새 서비스 출장 경험이 두 차례밖에 없던 D씨는 일산화탄소 검출 장비 없이 점검한 것으로 드러났다. D씨는 경력 10개월 초보기사였다.
이 사고로 일가족 3명을 잃은 A씨의 아버지는 비통함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어머니는 비록 편찮으셨지만, 아버지는 또래보다 정정하고 아주 건강하셨다"며 "앞날이 구만리인 막내아들까지 허망하게 잃어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황망하다"며 "앞으로 진행될 피고인들에 대한 형사 재판을 듣고서 민사 소송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안전, 안전, 안전 아무리 외쳐봐도 현장에서 바뀌지 않는다면 뭐가 변하겠느냐"면서 만연한 안전불감증을 꼬집었다.
sollens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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