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美가는 날 오나…트럼프와 '백악관회동' 현실화될 수도

입력 2018-06-08 14:52  

김정은, 美가는 날 오나…트럼프와 '백악관회동' 현실화될 수도
목트럼프, 김정은에 방미초청 용의 밝히며 "백악관에서 먼저 시작"
대선 유세기간 '햄버거 대좌' 공언…싱가포르 회담 성패가 열쇠



(워싱턴=연합뉴스) 송수경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7일(현지시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미국으로 초청할 용의가 있다는 입장을 표명하면서 김 위원장의 역사적 미국행(行)이 현실화될 지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일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의 백악관 예방 후 후속회담 개최 가능성을 지속해서 거론해온 가운데 나온 발언이다. 현실화되면 북한 최고지도자의 사상 첫 방미가 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유세기간이었던 지난 2016년 6월 "김정은이 미국에 온다면 만나겠다. 회의 탁자에 앉아 햄버거를 먹으면서 더 나은 핵 협상을 할 것"이라고 언급한 지 2년여 만에 미국에서의 '햄버거 대좌'가 가능성 있는 시나리오로 부상하게 됐다.
북미 정상이 회담 자체에 집중할 수 있는 '제3의 중립무대'인 싱가포르와 달리 미국에서 추가 회담이 열린다면 장소 자체가 갖는 정치외교적 함의가 매우 클 수 밖에 없다.
북미 간 적대관계 청산과 관계 정상화를 극적으로 보여주는 동시에 시장 자본주의의 총아인 미국을 방문함으로써 김 위원장의 개혁·개방 의지를 확인시켜주는 상징적 모멘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미·일 정상회담 후 백악관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김 위원장에 대한 초청 의사에 대한 질문에 회담이 잘 된다면 김 위원장의 미국 방문이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밝혔다.
오는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1차 북미정상회담의 성공 여하에 후속회담 개최 여부가 달려있다는 얘기다. 결국 1차 회담의 최대 의제인 비핵화 문제를 놓고 후속협상의 불씨를 이어갈 수 있는 '내용상의 성과'가 있어야 한다는 분석이다.
김 위원장의 미국 방문이 이뤄질 경우 장소와 시기가 단연 초미의 관심사다.
장소를 두고는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이냐 아니면 플로리다 팜비치에 있는 자신 소유의 고급 휴양지 마러라고냐는 질문에 "아마도 백악관에서 먼저 시작할 것이다.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언급, 일단 백악관에 무게가 실리는 듯한 모양새이다.
이 경우 김 위원장은 특사였던 김 부위원장이 찾은 지 얼마되지 않아 미국 정치의 심장부인 백악관의 대통령 집무실(오벌 오피스)에서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만나는 그림이 연출될 수 있다는 의미다.
아직 국교를 수립하지 않은 두 정상이 백악관에서 만난다는 것은 결국 비핵화에 관한 큰 틀의 합의가 이뤄지고 중요한 초기조치들이 원만하게 진행되는 것이 전제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마러라고로 낙점될 가능성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개인 별장이자 '겨울 백악관'으로 불려온 이곳에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 등과 정상회담을 한 바 있다. 김 위원장을 이 곳으로 부른다면 친밀도 과시 등의 면에서 각별한 의미가 부여될 수 있다는 얘기다.
시기는 이번 회담의 결과와 그 이후 진행될 후속 비핵화 실무협상의 진전 상황 등에 따라 유동적일 것으로 보인다.
외교소식통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이후 비핵화 후속 협상이 잘 안 풀릴 경우 두 정상이 만나 톱다운식 담판을 지을 수도 있고, 반대로 후속 협상이 잘 마무리돼 피날레를 장식하기 위해 만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블룸버그 통신은 "두 사람이 '죽이 맞는다면' 2차 정상회담은 아마도 가을에 열릴 것"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9월 유엔총회도 한반도 평화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정상들이 모일 기회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유엔총회가 열리는 뉴욕은 북한 대표가 자리한 곳이자 김 부위원장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회동한 곳이기도 하다. 이 경우 뉴욕에서 일단 만난 뒤 워싱턴으로 이동하는 형태로 김 부위원장의 방미 당시 동선을 따라갈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후속회담이 열리더라도 장소가 반드시 미국이 될지는 다소 불투명하다는 관측도 있다.
먼저 노후한 전용기 사정 등으로 김 위원장의 장거리 비행에 현실적 제약이 있는 상황이다. 미국 등 다른 나라에서 빌려주는 것도 이론적으로는 불가능하지 않지만 제재 위반 소지가 있는데다 트럼프 대통령과 동등하게 보이려는 김 위원장이 흔쾌히 수락하지 않을 수 있다.
또 김 위원장은 2016년 7월 인권유린 등 혐의로 인권 제재 대상으로 지정, 입국이 불허돼 있어 미국의 독자제재 대상이었던 김 부위원장 방미 때와 마찬가지로 인권 제재가 우선적으로 풀려야하는 상황이다.
김 위원장이 미국행에 나설 경우 그동안 '그림자 수행'을 해온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과 부인 리설주 여사가 함께 올지도 관심을 끈다.
북한은 당초 평양에서의 정상회담 개최를 강하게 희망해온 만큼 후속회담 장소로도 평양을 강하게 주장할 가능성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방북 자체가 정상국가 이미지를 강화할 수 있는 데다 김 위원장이 평양을 비우는 데 따른 안전 우려 등도 차단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다만 김 위원장은 이번에 김 부위원장을 통해 보낸 친서에서 "여러 번 만나고 싶다"는 의사를 전했으나, 평양 방문 요청 의사를 명시적으로 밝히진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의 파격적 스타일상 향후 회담이 순조롭게 진행될 경우 북미 정상의 의기투합에 따라 일정한 시차를 두고 순차적인 워싱턴과 평양 교차방문이 성사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도 나온다.
hankso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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