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 회담 앞뒀는데…4월 취임 후 北관련 회의 소집 '0건'
폴리티코, 트럼프가 즉흥적·독단적으로 회담 준비하는 것으로 평가
(서울=연합뉴스) 김연숙 기자 = 미국 백악관의 안보사령탑인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이 북미정상회담과 관련해 국가안보회의(NSC) 장관급 회의를 한 번도 소집하지 않았다고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가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회담 추진 과정에서 볼턴 보좌관이 한발 뒤로 물러나 있음을 보여주는 장면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보도에 따르면 통상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들은 대통령에게 주요 국가안보 문제에 관한 의견을 제안하기 전 '체계적인' 논의 절차를 밟는다. 북한 문제를 두고선 국무부·국방부·재무부 장관과 유엔주재 미국 대사, 정보기관 수장들이 백악관 상황실에 모여 머리를 맞대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볼턴 보좌관이 지난 4월 취임한 이후 두 달간, '역사적인' 북미정상회담과 관련해 NSC 장관급 회의를 소집하지 않았다는 것은 일반적인 절차와 거리가 멀다.
이는 대북 초강경파인 볼턴 보좌관이 북미정상회담 논의 과정에서 밀려났다는 최근 보도들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CNN 방송은 볼턴 보좌관의 '리비아 모델' 발언에 화가 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부 장관이 그와 말다툼을 벌였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지난 1일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과 회동하는 자리에 볼턴 보좌관을 배석하지 못하도록 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실제로 볼턴 보좌관은 그 자리에 없었다.
볼턴 보좌관은 지난 4월 29일 언론 인터뷰에서 북한 비핵화 방식을 설명하며 "리비아 모델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발언, 북한의 강한 반발을 불러 한때 북미정상회담을 취소 위기로 몰기도 했다.
또 CNN은 별도 기사에서 볼턴 보좌관이 북미정상회담을 무산시키려 고의로 리비아 모델을 언급한 것이라고 전했다. 김 위원장의 분노를 유발해 회담을 좌초시키려 했다는 것이다.
다만 볼턴 보좌관이 북미정상회담 논의에서 완전히 배제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4일 북한과의 회담을 취소하기로 결정한 뒤 이를 북한에 통보하는 서한의 문구를 볼턴 보좌관에게 불러주고 받아적도록 했다. 볼턴 보좌관은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의 수행단에도 포함됐다.
폴리티코는 일반적인 노선을 벗어난 백악관 내 북미정상회담 준비 과정을 전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볼턴 보좌관과 '오락가락(on-and-off)'하는 '케미스트리'(궁합)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백악관 안보사령탑이 한 번도 북미정상회담과 관련한 NSC 장관급 회의를 주재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백악관이 즉흥적인 접근법으로 이번 회담을 준비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시각도 있다.
부처 간 논의가 실종된 채 트럼프 대통령이 거의 독단적으로 회담 준비를 몰아붙이고 있다는 평가다.
트럼프 대통령은 폼페이오 장관 외에는 국가안보팀과 이번 문제로 협의를 잘 하지 않으며, 직접 NSC 회의를 주재한 적도 없다고 폴리티코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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