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당 후보가 적" 기초의원 선거 '나' 후보의 눈물

입력 2018-06-09 08:20  

"같은 당 후보가 적" 기초의원 선거 '나' 후보의 눈물
유일한 중선거구제 폐해 지적·정당공천도 문제…공약·정책보다 이름 알리기 치중

(부산=연합뉴스) 김선호 기자 = "'나'를 위한 '나'의 선택, 구의원은 역시 '나' 후보 OOO."
오는 13일 제7회 전국동시 지방선거에 출마한 기초의회 '나' 후보들의 선거운동이 눈물겹다.

현행 공직 선거 대부분은 최다 득표를 한 후보자 1명만 선출하는 소선거구제지만 기초의원 선거는 득표수에 따라 2∼4명 당선자를 선출하는 중선거구제다.
다수 당선자를 뽑는 중선거구제의 경우 각 당에서 여러 명의 후보를 낼 수 있다.
정당 공천을 받은 후보자들은 소속 정당의 국회 의석수에 따라 1, 2, 3 등의 숫자 기호를, 그 뒤에 같은 당 후보별로 가, 나, 다 등 뒷자리 기호를 배정받는다.
예를 들어 한 선거구에 출마한 더불어민주당 기초의원 후보자들은 1-가·1-나·1-다, 자유한국당 기초의원 후보자들은 2-가·2-나·2-다 등의 기호가 붙는 식이다.
중선거구제라도 소선거구제처럼 유권자가 후보자 1명에게만 투표할 수 있어서 기표지 상에서 기호 '가'보다 하단에 배치된 기호 '나' 후보들이 불리한 상황이다.
실제로 지난 지방선거에서 서울 159개의 기초의원 선거구 중 '가' 후보가 낙선한 사례는 3건에 불과했을 정도로 기호 '가'의 영향력은 막강하다.
지지 정당을 잘 바꾸지 않는 유권자의 특성상 '나' 후보는 타 정당 후보와 경쟁하는 게 아니라 소속 정당 '가' 후보와 겨루는 형국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나' 후보들 사이에서는 "내 적(敵)은 같은 당 '가' 후보"라며 "선거공약·정책보다 이름 알리기에 목숨을 걸어야 이긴다"는 말까지 나온다.
부산의 한 기초의원 '나' 후보자는 "내가 붙기 위해서는 '가' 대신 '나' 후보를 찍으라고 하는 것이 현실"이라며 "일부 지역에서는 같은 당 후보끼리 등을 돌린 지역도 있어 선거 이후가 더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는 특정 정당 지지율이 높은 지역보다는 여야 정당 지지율이 엇비슷한 지역, 3·4명을 뽑는 선거구보다 2명을 뽑는 선거구에서 더 심각한 현상이다.
일각에서는 기초의원 중선거구제가 당내 경선에서 걸러야 할 후보자를 무책임하게 유권자더러 판단하라고 하는 격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1995년 처음 지방선거가 실시된 이후 기초의원 선거는 제3회 선거인 2002년까지 정당공천 없이 추첨으로 기호를 정했고 2006년 제4회 선거부터 정당공천에 의한 다수 당선자를 뽑는 중선거구제로 선거법이 바뀌었다.
이런 선거제도 변화가 공천권을 쥔 국회의원이나 지역위원장의 힘을 더 강화해 풀뿌리 민주주의인 기초의회 의원이 지역 주민보다는 공천권자의 눈치를 보고 중앙정치에 예속된다는 주장도 거세다.

강재호 부산대 행정학과 교수는 "공직선거법의 가장 악질적인 조항은 기초의회 선거에 도입한 통일기호제도"라며 "기초의원 후보에게 정당 숫자와 기호를 매기는 순간 지역의 모든 선거 쟁점이 실종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강 교수는 이어 "결국 정당공천으로 시행되는 기초의회 중선거구 선거는 거대 정당이 당내 통제력을 강화하려는 수단 이상의 의미가 없다"며 "이제 기초의원 선거제도 변화를 모색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이번 제7회 지방선거 기초의회 선거구 수는 1천35곳이며 그중 2인 선거구는 592곳(57%), 3인 선거구는 415곳(40%), 4인 선거구는 28곳(3%)이다.
win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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