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유현민 기자 = 브라질 금융시장이 연일 출렁거리자 브라질 국채를 사놓았거나 브라질 펀드에 가입한 투자자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최근 물류 파업 사태에 이어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까지 확실시되자 브라질 증시의 보베스파 지수와 헤알화 환율은 안정을 찾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오는 10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정치적 불확실성까지 겹치면서 브라질 금융시장의 불안은 좀처럼 해소되기 어려운 게 아니냐는 부정적인 전망이 확산되고 있다.
◇ 헤알화 약세 지속 전망…국채 투자 손실 불가피
한동안 '브라질 붐'이라고 할 정도로 국내에서도 투자가 활발했던 브라질 국채에 대한 관심은 최근까지도 이어졌다.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작년 한 해 국내 10대 증권사(자기자본 기준)가 판매한 브라질 국채의 판매액은 4조3천612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올해 들어서도 5월까지 10대 증권사를 통해 8천억원에 육박하는 자금이 브라질 국채에 투자된 것으로 파악됐다.
연 10%를 넘는 고금리와 함께 중남미 최대 경제 대국인 브라질 국채의 부도 가능성은 거의 '제로(0)'에 가깝다는 인식이 투자자를 끌어들인 배경이다.
실제로 지금까지 브라질이 발행한 자국 통화 표시 국채가 부도가 난 적은 없었고 만기까지 채권을 보유한 투자자들은 모두 원금과 이자를 고스란히 받았다.
문제는 브라질 통화인 헤알화의 높은 변동성이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브라질 국채는 형식적으로는 채권이나 실제로는 환율에 따라 수익률이 결정되는 상품"이라며 "헤알화가 약세를 보일 때는 그만큼 투자자들이 감수해야 하는 충격도 크다"고 지적했다.
미국 달러화 대비 헤알화 환율은 지난 7일 달러당 3.926헤알에 마감했다. 2016년 3월 1일(3.941헤알)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연초와 비교하면 헤알화 가치는 달러 대비 17.8% 하락했다.
게다가 외환 전문가들 사이에선 올해 대선이 전례 없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치러질 것으로 관측되며 헤알화 약세가 대선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브라질 국채 투자자들의 추가 손실이 우려되는 대목이다.
공동락 연구원은 "남미 국가들의 연이은 금융시장 불안이 신흥국의 전반적인 금융위기로 전이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위험 회피적인 투자자들은 브라질과 같은 해외 채권에 대한 투자 비중을 가능한 최소화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만 최근 급격하게 빠진 만큼 소폭 반등은 가능하다"면서 "수익률이 개선되면 손실을 줄이자는 마음으로 조심스럽게 대응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브라질 주식 펀드 1개월에 10% 넘게 하락…수익률 '꼴찌'
브라질 주식 펀드의 최근 성적도 부진하기 그지없다.
펀드평가사 KG제로인이 지난 7일 기준 해외 주식형 펀드의 유형별 최근 1개월 평균 수익률을 조사한 결과 브라질 주식 펀드의 수익률은 -11.44%로 가장 나빴다.
남미신흥국 주식 펀드가 -9.75%로 그다음으로 성과가 안 좋았다.
최근 3개월 수익률 역시 브라질 주식 펀드(-19.90%)와 남미신흥국 주식 펀드(-15.95%)가 최하위 1∼2위를 차지했다.
개별 상품별로도 '미래에셋브라질업종대표자 1(주식)종류A'가 -13.37%로 최근 1개월 수익률이 가장 나빴다.
이어 '미래에셋연금브라질업종대표자 1(주식)종류C-P'(-13.36%), '한화[000880]브라질자(주식-재간접)A클래스'(-12.03%), '멀티에셋삼바브라질자[주식]A'(-11.42%) 등 수익률 하위 5개 상품 중 4개가 브라질 주식 펀드였다.
브라질 증시를 대표하는 보베스파 지수의 최근 1개월과 3개월 수익률이 각각 -7.98%, -11.13%일 정도로 주요국 증시에서 브라질이 가장 저조한 성적을 내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신흥국 금융시장의 불안이 정점을 지나면 브라질 시장도 다소 안정을 되찾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오온수 KB증권 연구원은 "아르헨티나가 구제금융을 신청하는 등 신흥국 불안이 6월에도 지속하는 모습"이라면서도 "최근 달러화 강세가 진정되는 등 변화의 기운도 감지된다"고 진단했다.
오 연구원은 "신흥국 시장이 전체적으로 안정을 찾으면 브라질도 안정을 회복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다만 오는 10월 대선 등 브라질이 가진 개별적인 리스크와 그에 따른 불확실성은 계속 감안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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