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불어로 생계유지…법원 "고용 보장받을 능력 있다"
(서울=연합뉴스) 송진원 기자 = 귀화 요건인 '예금잔고 3천만원' 기준에 미달한다는 이유로 생계유지 능력이 있는 외국인의 귀화를 불허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이성용 부장판사)는 콩고 출신 A씨가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귀화를 허가해달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2000년 한국에 들어온 A씨는 2008년부터 난민법에 따라 인도적 체류허가를 받아 국내에 체류했다.
2003년엔 자녀를 출산해 홀로 양육했다. 모국어인 프랑스어뿐 아니라 영어 실력도 뛰어나 지역 다문화지원본부 등에서 강사로 일하거나 번역과 통역 등의 일을 하며 생활을 꾸려갔다.
A씨는 2014년 귀화를 신청했지만, 법무부는 지난해 3월 '생계유지능력 부족'을 이유로 불허했다.
국적법 시행규칙은 생계유지 능력을 증명할 근거로 '3천만원 이상의 예금잔고 증명이나 부동산등기부 등본' 등을 요구하는데, 심사 당시 A씨의 연 소득은 1천800여만 원이었다.
A씨는 "성실하게 직장 생활을 하면서 가족의 생계를 독립적·안정적으로 이어가고 있다"면서 소송을 냈다.
법원 역시 "A씨는 앞으로도 고용을 보장받을 정도의 기술이나 능력을 갖췄다고 볼 수 있다"며 귀화 불허 처분을 취소하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인도적 체류허가라는 불안정한 지위로 인해 A씨는 1년 이상 고용관계를 요구하는 곳에 취업해 능력에 맞는 소득을 얻는 게 사실상 불가능했던 사정이 있다"고 판결 사유를 소개했다. 인도적 체류허가자는 1년마다 허가 갱신을 얻어야 하는 데다 취업 활동을 하려면 별도의 허가를 또 받아야 한다.
재판부는 "A씨가 국적을 취득해 취업이 자유로워진다면 학원과 같은 영리 사업장에서 정규직으로 근무함으로써 충분히 더 높은 소득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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