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계인천은 참아도"…인천시민 '부글부글'
(인천=연합뉴스) 강종구 기자 = 자유한국당 정태옥 의원의 인천·부천 비하 발언이 큰 후폭풍을 일으키고 있다.
정 의원은 이달 7일 모 언론사의 수도권 판세분석 프로그램에 출연, 최근 4년간 유정복 후보의 시장 재임 시절 실업률·가계부채·자살률 등 각종 지표가 좋지 않았다는 민주당 대변인의 발언에 반박하다가 사태를 키웠다.
그는 이런 현상은 유정복 시장 재임 시절뿐 아니라 10년 전에도 그랬다며 인천·부천이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들이 사는 곳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정 의원은 "지방에서 생활이 어려워서 올 때 제대로 된 일자리를 가지고 오는 사람들은 서울로 온다"며 "그렇지만 그런 일자리를 가지지 못하고 지방을 떠나야 될 사람들은 인천으로 온다"고 말했다.
그는 또 "서울에서 살던 사람들이 양천구 목동 같은데 잘 살다가 이혼 한번 하거나 하면 부천 정도로 간다. 부천에 갔다가 살기 어려워지면 인천 중구나 남구나 이런 쪽으로 간다"고 주장했다.
이 발언을 둘러싼 논란이 커져 정 의원이 결국 8일 당 대변인직에서 물러났지만 사태는 더욱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인천·부천 지역 국회의원들은 9일 국회 정론관에 모여 한국당과 유정복 인천시장 후보 규탄 성명을 냈다.
정의당 인천 지방선거 후보자들도 이날 인천시청 앞에서 정 의원의 의원직 사퇴를 촉구한 데 이어, 명예훼손 혐의로 정 의원을 인천지검에 고발했다.
한국당 유정복 후보마저도 "인천에 대한 이해와 사랑도 없이 함부로 발언한 정태옥 의원은 이번 사태에 책임을 지고 국회의원직을 사퇴하라"고 압박하고 있다.
인터넷에서는 정 의원 발언을 풍자한 '이부망천(이혼하면 부천 살고 망하면 인천 산다)'이라는 신조어가 검색어 상위권에 오르며 온라인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정 의원 공식 홈페이지는 일일 트래픽 초과로 접속이 중단됐고, 평소 10개 미만의 댓글이 달리던 블로그에는 260개의 비판 댓글이 달리며 그의 부적절한 언행을 강하게 질타하고 있다.
인천시민들도 정 의원 발언에 상당한 불쾌감을 드러내며 반발하고 있다.
최모(45·회사원·연수구 송도동)씨는 "인천에서 엽기적 사건이 발생하면 따라붙는 수식어 '마계 인천'까지는 참겠는데, 이번에는 아무 근거도 없는 비하 발언이어서 황당하다"며 "국회의원이라는 사람의 의식 수준이 그 정도밖에 안 된다는 게 불쌍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인천평화복지연대는 "수도권은 전국 각지에서 저마다의 사정과 꿈을 갖고 이주한 많은 국민들이 조화롭게 살고 있는 곳"이라며 "왜곡된 인식을 가진 자격 미달의 정 의원은 의원직을 당장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정태옥 의원은 2010년 7월부터 2013년 4월까지 인천시 기획관리실장으로 근무한 경력이 있지만 그의 발언 대부분은 사실과도 맞지 않는다.
인천 자살률은 최근 5년간 연속 감소해 2016년 기준으로 전국 9위다.
실업률도 작년 6월 최하위를 벗어난 후 꾸준히 호전돼 올해 3월 현재 서울(5.5%)·부산(5.3%)·대구(5.7%)보다 낮은 5.0%를 기록했다.
부채 문제 역시 전국에서 재정난이 가장 심각한 도시였지만 최근 3분기 연속으로 채무 비율을 25% 미만으로 유지, 올해 2월 재정위기 주의 단체에서 해제됐다.
인천은 오히려 현재 전국에서 가장 역동적인 에너지를 발산하는 도시라고 인천시 공무원들은 강조한다.
전국의 모든 대도시가 인구 감소 때문에 골머리를 앓지만 인천은 꾸준한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다. 2016년에는 서울·부산에 이어 전국 3번째로 인구 300만명을 돌파하기도 했다.
점점 확대되는 토지 면적도 다른 지역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현상이다.
송도국제도시 조성, 수도권매립지 이관 등으로 땅덩이가 커지면서 인천은 2016년 울산을 제치고 전국 최대 면적 도시가 됐다. 토지 면적 증가는 투자 유치와 세수 확대의 발판으로도 작용될 수 있다.
인천의 향토사학자들은 사실 이런 경제지표를 떠나 인천을 관통하는 정체성을 공정함에서 찾는다.
지역 원로들은 '어떠한 물도 마다치 않고 받아들여 거대한 대양을 이룬다'는 뜻의 '해불양수(海不讓水)'를 인천을 대표하는 고사성어로 꼽기도 한다.
인천 원로들은 "인천 토박이라고 더 대우받고, 다른 지역 출신이라고 손해 보는 일이 거의 없다"며 인천은 텃세가 없는 지역이라고 강조한다.
조우성 전 인천시립박물관장은 "개항기부터 인천으로 사람들이 몰려든 배경은 출신지에 상관없이 누구나 차별받지 않고 살 수 있다는 바람직한 현상이 작용했기 때문"이라며 "인천에서는 사람을 지역으로 보지 않고 사람으로 보는 근대적 인간관이 오래전부터 중심을 이뤘다"고 말했다.
지역에 대한 이런 이해도 없이 공당의 대변인이 공식석상에서 궤변을 늘어놓은 데 대해 비난의 목소리는 더욱 커지고 있다.
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9일 정 의원에 대한 징계 논의를 위해 윤리위원회 소집을 요청했다.
iny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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