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법 "출연기관이 떠안으면 복지사업 위축"
(서울=연합뉴스) 고동욱 기자 = 공익기금을 재원으로 이뤄진 저소득층 대출지원 사업에서 정해진 기간 안에 회수 못 한 돈이 생겼다면 사업수행 기관이 출연기관 측에 돈을 돌려줘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민사33부(신광렬 부장판사)는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휴면예금관리재단(현 서민금융진흥원)을 상대로 낸 채무 부존재 확인 소송 항소심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은 2009년 저소득층 신용대출 사업을 수행하는 복지사업자로 선정됐다. 휴면예금을 재원으로 둔 휴면예금관리재단으로부터 40억원을 지원받아 저소득층 200여명에게 대출을 해 줬다.
휴면예금관리재단이 40억을 지원해 주는 기간은 5년이었다. 사업 기간이 만료되자 재단 측은 공단 측에 지원금을 돌려줄 것을 통지했다.
하지만 공단은 저소득층에 지원된 40억원 중 14억3천여만원을 회수하지 못한 상태였다. 공단은 회수 못 한 돈 만큼을 대출채권으로 인수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재단은 거부했다. 결국 공단은 채무를 떠안는 것이 부당하다며 소송을 냈다.
공단은 당초 이 사업을 맡을 당시 계약서에 대출지원을 받은 저소득층이 돈을 갚지 못했을 때 재단에 지원금을 반환해야 한다는 의무 규정이 명시돼 있지 않다는 점을 소송 근거로 들었다.
저소득층 신용대출 사업은 손실 위험이 큰 데다, 자신들은 사업을 위탁받은 것에 불과하므로 재단이 시행 주체로서 손실 부담도 안아야 한다는 논리도 폈다.
그러나 1심에 이어 2심 법원도 재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갚지 못한 금액을 반환하는 조건이 계약에 특별히 나와 있지 않은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공단이 사업 주체로서 지원금을 반환할 의무를 진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공단이 대출 금리나 대상자 등을 재단의 관여 없이 독자적으로 결정했고, 대출을 통해 얻은 이자 수익을 챙겼다는 점에서 사업의 주체라고 봐야 한다고 해석했다. 재단의 지원금은 공단에 무이자로 교부됐다.
아울러 재판부는 "재단이 공단을 포함한 16개 복지사업자에 1천869억원을 지원했다"며 "받지 못한 대출금을 (재단에) 돌려줄 의무가 없다고 한다면 사업자들은 부실 대출로 발생한 손해에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게 된다"고 지적했다.
또 "(이렇게 되면) 재단만 손해를 부담해 복지사업이 위축되고 지원금이 건전하게 운용될 동력을 상실할 우려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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