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CVID 요구에 北난색…'완전하고 검증가능한 비핵화' 문구 가능성
핵탄두 조기 반출에 북미 이견…정상 결단 통한 '반전' 가능성 있어
비핵화 개시선언과 세부조치 로드맵, 미국의 대응조치 나열될 수도
(싱가포르=연합뉴스) 특별취재단 = 12일 오전 9시(현지시간) 싱가포르 센토사섬 카펠라 호텔에서 열리는 북미정상회담에서 합의문이 나올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판문점 북미실무회담에 이은 싱가포르 현지회담으로 양측이 의제를 조율해온 가운데 그 성과물이 합의문이라는 문서 형태로 작성될 지가 관건인 상황이다.
승부처는 'CVID(complete, verifiable, irreversible dismantling,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북한의 비핵화)'와 'CVIG(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미국의 대북 체제안전보장)'의 '빅딜'의 성사 여부다.
성 김 필리핀 주재 미국 대사와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이 실무협상을 지속해왔지만, 여전히 팽팽해 보인다.
이젠 결국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결단 만이 남은 셈이다.
그동안 상황을 종합해보면 미측은 합의문에 CVID를 명시해야 한다는 입장으로 알려졌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지난 7일에도 "김정은 위원장이 그의 나라를 위해 'CVID' 결단을 내리기를 기대한다"며 "미국은 한반도의 CVID가 받아들일 수 있는 유일한 결과라는 점을 거듭 분명히 밝혀왔다"고 강조했다.
미측은 CVID를 트럼프 대통령 임기의 사실상 마지막 해인 2020년까지 달성하는 것으로 합의문에 못박기를 원한다. 재선에 외교적 성과로 활용하려는 의도인 셈이다.
그러나 북한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결의에도 명시된 CVID에 대해 그동안 '패전국에나 적용하는 방식'이라며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북한은 미국이 2020년까지 CVID를 원한다면 그때까지 대북 불가침 공약과 평화협정 등의 미 의회 비준까지 할 수 있느냐는 반응을 보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적어도 2020년이라는 시한을 확정하려면 북미 간에 '행동 대 행동'이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북미정상회담이 주목되는 것은 이 때문이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이 CVID를 합의문에 명기하려면 보다 확고하고 큰 대북 체제안전보장과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할 것이고, 김정은 위원장도 일정 수준에서 '결단'이 필요할 것이라는 게 외교가의 판단이다.
외교가에선 CVID와 CVIG 간에 분명한 합의가 이뤄진다면 당연히 합의문에 담길 것으로 보고 있으나, 견해차가 커 합의가 불가능하다면 대안을 찾을 것으로 보고 있다.
북한이 4·27 남북정상회담 판문점 선언에서 약속한 '완전한 비핵화'와 북핵 6자회담 합의인 9·19공동성명에 명시된 '검증가능한 비핵화'의 '종합판'인 '완전하고 검증가능한 비핵화' 수준에서 타협점을 찾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YNAPHOTO path='AKR20180610051000014_01_i.jpg' id='AKR20180610051000014_0101' title='북한 핵탄두 국외 반출 폐기 (PG)' caption='[제작 최자윤] 일러스트, 사진합성 '/>
북한 핵무력의 핵심인 핵탄두와 핵물질,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의 조기 해외 반출에 합의할 수 있을지도 관건이라고 할 수 있다.
트럼프 미 행정부는 핵동결-신고-검증-폐기의 로드맵으로 비핵화를 시도하다 폐기까지 가보지도 못한 채 좌초했던 과거를 '실패'로 규정하며 최종 핵폐기 단계의 핵심적 조치를 조기에 달성하겠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핵무기 전부는 어렵더라도 일부 만이라도 조기에 반출함으로써 비핵화 의지를 확실히 보이라고 요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이런 핵무기 조기 반출·폐기 요구에 맞춰 미국이 어떤 대가를 제시하느냐다.
만약 김정은 위원장이 핵무기 조기반출을 끝까지 거부할 경우 양측은 이번 합의문에 비핵화 협상 개시 선언과 비핵화와 북한 체제안전보장의 목표와 세부 조치들을 일정한 시간표와 함께 나열하는 수준의 '무난한' 합의에 그칠 수 있다.
그럴 경우 양측이 교환할 초기단계 비핵화 및 체제안전보장 조치로는 북한 영변 핵시설을 감시할 사찰단의 복귀와 트럼프 대통령의 구두 불가침 약속 등이 가능할 것으로 외교가는 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프로세스'(process, 과정)를 누차 거론하며 회담이 한 번으로 끝나지 않을 것을 강조해온 것으로 미뤄 핵무기 반출과 같은 결정적인 합의 또는 그 합의의 이행은 11월 중간선거 직전에 해도 나쁘지 않으리라고 판단할 수도 있다.
이런 가운데 북미 실무 협상팀이 도저히 할 수 없는 고도의 정치적 결단을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둘이 반전 드라마를 쓸 수 있다는 것이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이번 북미정상회담에서는 북한의 비핵화 원칙과 미국의 체제보장 원칙이 확인될 가능성이 크고, 비핵화의 조건과 방식은 2차 정상회담 전까지 추가적인 실무회의를 통해 논의한다는 합의가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신 센터장은 "물론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을 만나서 비핵화 결단과 (초기에 핵무기를 반출하는) '트럼프식 해법'을 수용할 것을 설득해 낸다면 최상의 상황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북미 싱가포르 합의문에 어떤 내용 담길까
jh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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