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연합뉴스) 정주호 특파원 = 밀월기를 보내고 있는 중국과 러시아가 장거리 대형 여객기의 공동 개발에 나선다.
중국 환구망은 11일 러시아 일간 '코메르산트'의 러시아 국영 통합항공기제작사(OAK) 발표를 인용해 중국상용항공기공사(COMAC)와 광폭 동체형 장거리 여객기 CR-929의 공동개발 계획에 합의했다고 전했다.
양국 기업은 오는 2023년에 시험 비행한 다음 2026년에 정식 인도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중국과 러시아는 이 여객기가 운행효율 면에서 보잉 B-787과 에어버스 A-350 여객기를 크게 뛰어넘어 세계 여객기 시장의 경쟁자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CR-929는 두 회사가 각각 50% 지분을 갖고 상하이에 등록시킨 합작사 중국·러시아 상용비행기국제공사(CRAIC)가 연구개발을 맡게 된다. 'CR-929'라는 명칭에는 중국과 러시아의 영문 이니셜에 프로젝트 명명식이 치러진 지난해 9월29일에 맞춰 두 나라가 오랫동안 협력을 이어가자는 뜻이 담겨 있다.
양측은 지난 6일 이 여객기의 크기, 형태, 엔진, 랜딩기어 및 객실도어 위치 등을 포함한 특징을 결정했다.
구체적인 데이터는 공개되지 않았으나 앞서 양측은 항속거리 1만2천㎞, 좌석 280개의 대형 여객기를 제시한 바 있다. 여기에 최신 공기역학 디자인과 첨단 복합소재, 차세대 터보팬 제트엔진 등을 채택하기로 했다.
러시아측 항공설계사는 "CR-929 여객기의 기술 및 디자인 개발을 위한 중요한 첫 걸음을 뗀 것"이라며 "내년까지 공기역학, 구조소재, 핵심 시스템 및 설비에 실험연구를 통해 얻은 기술, 상업 노하우, 아이디어를 담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러시아는 앞서 진행한 타당성 연구를 통해 CR-929 연구개발에 중러 양측이 비용을 절반씩 부담하는 것을 전제로 모두 200억 달러가 소요되며 이 여객기의 운행효율이 B-787과 A-350을 10∼115% 뛰어넘을 것이라고 예측한 바 있다.
중국과 러시아는 여객기 개발협력 외에도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 기간 200억 위안(3조4천억원) 규모의 원자력발전 협력계약을 체결했다. 이 계약을 통해 중국은 미국이 수주할 것으로 예상됐던 쉬다바오(徐大堡)원전의 3, 4호기 원자로 사업을 러시아에 넘기기로 했다.
러시아는 이 과정에서 중국의 창어(嫦娥)-4호 달탐사 프로젝트에 사용될 방사성 동위원소 열전기 발전기(RTG)를 공급하기로 했다. 영화 '마션'에도 나오는 이 원자력 전지는 우주탐사선에서 필수적으로 사용되는 전력원이다.
중국과 러시아의 이런 긴밀한 기술 제휴는 전날 시진핑(習近平) 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밀월로 정점에 오르고 있다.
시 주석은 베이징에서 푸틴 대통령에게 최고 권위의 우의 훈장을 수여한 다음 톈진까지 함께 고속철도를 타고 가 아이스하키 청소년 친선경기를 관람하며 꼬박 이틀간을 함께 보냈다.
두 정상은 톈진에서 특산품인 전병과자와 거우부리(狗不理) 만두를 직접 만드는 '군것질 외교'를 갖기도 했다. 만두회사 측은 푸틴 대통령이 요리사들의 도움으로 만든 거우부리 만두를 먹지 않고, 3D 프린터로 복제해 보관하기로 했다고 한다.
푸틴 대통령은 이번 SCO 정상회의 방중 기간 시 주석에게 200년 수령의 삼나무로 제작된 러시아식 사우나 목조가옥을 선물했다. 러시아 알타이 지역에서 중국으로 공수해온 것이라고 한다.
시 주석은 이에 화답해 푸틴 대통령에게 산둥(山東)의 주청(諸城) 칠현금과 톈진의 진흙공예로 빚은 푸틴 대통령의 흉상을 선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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