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형 보러 방한했다 뇌출혈로 입원…다문화복지센터 병원비 모금
(서울=연합뉴스) 오수진 기자 = 한국에 사는 처형을 만나러 왔다가 갑작스럽게 쓰러져 고국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는 필리핀인의 사연이 알려져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11일 사단법인 다문화종합복지센터에 따르면 경북 포항에 거주하는 필리핀 결혼이주여성 페알 베데자(59)씨는 지난해 '포항 다문화 어울림 한마당'에서 대상을 받은 뒤 수상자 특전으로 지난 4월 고향에 있는 어머니와 여동생 부부를 초청했다.
9년만에 만난 어머니, 여동생, 제부와 포항, 부산 일대를 둘러보며 꿈 같은 시간을 보내고 만남을 마무리하려던 찰나 베데자씨 가족에게 커다란 시련이 닥쳤다.
출국을 이틀 앞둔 4월 28일 제부인 플로렌티노 파라스(61)씨가 갑자기 마비 증상을 호소해 병원으로 이송됐고 뇌출혈 진단을 받은 것이다. 다행히 파라스씨는 긴급 수술을 받고 목숨을 건졌으나 폐렴까지 발병해, 한 달 반이 지난 지금까지 입원 치료를 받고 있다.
베데자씨 가족을 더욱 힘들게 하는 것은 수천만 원에 달하는 병원비. 제부의 목숨을 구하는데 들어간 비용이긴 하지만 포항에서 농사를 짓는 베데자씨 가족이 부담하기에는 너무나 큰 돈이다.
이들의 사연을 접한 다문화종합복지센터는 해결방안을 찾기 위해 출입국관리소, 필리핀대사관 등에 연락을 취했으나 긍정적인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결국 다문화종합복지센터 후원모임인 다문화활동운영위원회와 행복나눔방 회원들이 직접 나서 후원금 700만원을 모금해 이날 파라스씨의 병원비 중간 정산을 마쳤다.
복지센터 관계자는 "중간 정산을 끝내고도 아직 병원비가 2천만원 정도 남아 있는 상황"이라며 "파라스씨는 회복이 잘 돼 병원비 문제만 마무리되면 출국 준비를 위한 간단한 치료만 받으면 된다"고 설명했다.
다문화종합복지센터 손병호 이사장은 "공공 지원이 어렵다면 우리와 같은 민간차원에서 해결 방법을 지속해서 찾아 나가겠다"고 밝혔다.
베데자씨 가족 후원 문의는 다문화종합복지센터(☎02-717-1718)로 하면 된다.
sujin5@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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