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정상회담] 한반도 '운명의 날'…이제 트럼프·김정은 '결단'만 남아

입력 2018-06-12 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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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정상회담] 한반도 '운명의 날'…이제 트럼프·김정은 '결단'만 남아
CVID-CVIG 사이서 '윈윈' 해법 끌어내기…정상간 '통 큰' 합의에 달려
막판 실무협상서 '이견' 남은 듯…CVID 명문화-체제보장 확약 '맞교환'
北美 냉전의 마지막 고리 끊고 한반도 평화체제로 향하는 '중대 모멘텀'



(서울·싱가포르=연합뉴스) 김정은 기자 특별취재단 = 한반도의 운명을 가를 역사적인 6·12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의 날이 마침내 밝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한반도 최대의 난제(難題)인 비핵화와 체제보장 문제를 놓고 이른바 '세기의 담판'에 나서는 사상 초유의 외교적 무대가 펼쳐진 것이다.
그 배경은 아시아의 '중립국'인 싱가포르, 그중에서도 '평화와 고요'를 뜻하는 센토사 섬이다. 담판의 결과에 따라 한반도와 동북아, 나아가 글로벌 안보지형이 크게 출렁이는 '외교적 빅뱅'의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국제사회의 이목이 싱가포르로 향하고 있다.
특히 사상 처음으로 북미 정상이 대좌하는 이번 회담은 1948년 9월 9일 북한 정권 수립 이후 70년간 대결과 반목을 이어온 북미 관계에 획기적인 전환점이 될 수 있는 '일대 사건'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지난해 까지만 해도 서로를 불구대천의 적으로 여겼던 북미의 정상이 대화 테이블에 앉는다는 것 자체가 한반도에 새로운 평화와 화해무드를 띄우는 상징적 의미가 크다.
그러나 국제정치적으로 보다 큰 함의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남은 냉전의 마지막 고리를 끊는 기회라는 점이다. 북미 정상이 비핵화와 체제보장을 맞바꾸는 '빅딜'을 시도하고 종전선언과 국교 수립, 경제협력까지 모색한다면 한국전쟁 당사국으로서 1953년 이후 65년간 이어져 온 정전상태에 마침표를 찍는 이정표가 될 수 있다.
북미간 합의에 따라 '냉전의 섬'이었던 한반도에 항구적 평화체제의 기초가 놓인다면 이는 '한·미·일 대(對) 북·중·러'라는 동북아의 전통적 대립구도를 무너뜨리고 한반도 주변의 역내 질서를 '데탕트'의 소용돌이 속으로 밀어넣으며 새판짜기를 촉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주목할 점은 이번 정상회담이 그 결과를 막판까지 예단하기 힘든 불확실성 그 자체라는 점이다. 비핵화를 바라보는 북미 양측의 기본적 시각에 차이가 있는데다 이를 해결해나가는 접근방식과 방법론을 놓고도 간극이 크다는 관측이어서 섣불리 '빅딜'의 성사를 장담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회담의 진정한 성패를 좌우할 최종 성적표는 회담의 결과문건인 이른바 '싱가포르 공동선언' 또는 '공동성명'에 달려있다. 북미 정상이 어떤 내용과 방향, 수준에서 합의점을 만들어내느냐가 앞으로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을 아우르는 한반도 문제의 평화적 해결 프로세스가 성공할 수 있을지를 가늠해보는 시금석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가장 주목해서 봐야할 대목은 비핵화 초기조치와 사찰·검증, 이행과 그에 상응하는 단계적 보상 또는 반대급부 조치들을 씨줄과 날줄로 엮는 '고차 방정식'을 어떤 방식으로 만들어낼 지이다.
우선적으로 비핵화 목표를 놓고 정상 차원에서 '통 큰' 합의를 하는게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완전한 비핵화를 통한 핵 없는 한반도 실현'이라는 공동목표를 적시한 4·27 남북정상회담의 '판문점 선언'을 뛰어넘어 비핵화의 청사진을 구체화하기 위한 첫 수순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미국은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를 움직일 수 없는 원칙이자 목표로 삼으면서 북한이 이를 수용할 것을 막판까지 압박하고 있다. 단계적 접근을 가미한 '트럼프 모델'을 내세우며 기존의 빅뱅 식 일괄타결 프로세스에서는 한발 물러났지만 CVID는 반드시 회담 합의문에 명기해야 한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
그러나 북측은 아직까지 '패전국에 적용될 용어'라며 거부감을 드러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최종 결론은 여전히 미지수다.
미국은 한걸음 더 나아가 CVID 명문화를 넘어 북한이 비핵화에 대한 진정성 표시 차원에서 확실한 초기 조치가 있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북한의 핵무기 원료생산 기지인 영변 핵시설을 감시할 사찰단을 1∼2개월 이내에 복귀시키고, 미신고 핵시설도 사찰·검증 대상에 포함하며, 핵탄두·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조기 반출·폐기하는 것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담판에 나설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으로부터 확실한 CVID를 끌어내려면 그에 상응하는 확실한 CVIG(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체제보장)를 제공해야 한다는게 중론이다.
미국은 이미 종전 선언과 불가침 협정, 국교수립, 상호 연락사무소 설치 등을 협상카드로서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현재의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바꾸고 적대관계를 청산한다는 상징적 차원에서 '종전 선언' 논의가 이번 회담에서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7일(현지시간) 종전 선언을 출발점으로 하고 북미 수교, 즉 국교정상화를 종착지로 하는 체제보장 로드맵을 거론한 바 있다. '종전 선언→평화협정→국교정상화'의 프로세스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더해 'SCSP'(강하고 연결되고 안전하며 번영함)로 압축되는 북한의 미래 청사진과 경제 보상에 대한 밑그림도 제시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의 '복심' 격인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11일 백악관 기자들을 상대로 한 브리핑에서 "북한이 CVID에 착수한다면 전례없는 안전보장을 제공할 용의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CVID와 CVIG를 큰 틀에서 맞바꾸는 빅딜을 놓고 북미 양측의 실무라인은 합의문 초안을 두고 전날까지 막판 세부조율을 벌였으나 여전히 이견을 좁히지 못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볼 때 '공'은 전적으로 두 정상에게 넘어가 있다고 볼 수 있다. 전례 없는 톱다운(Top down) 방식으로 진행돼온 이번 회담의 특성상 실무적 협상의 난제를 뛰어넘어 큰 틀의 해결책을 모색하는 것은 오롯이 이들의 몫으로 남아 있다는 분석이다.
결국 오전 9시부터 단독회담과 확대회담, 업무오찬 순으로 진행되는 정상회담을 무대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얼마나 '과감한 결단과 양보'를 하느냐에 달려있다고 볼 수 있다.
스스로를 '거래의 달인'으로 지칭해온 트럼프 대통령과 '은둔의 지도자'에서 정상국가 정상으로 변모하려는 김 위원장의 스타일을 감안할 때 예측불허의 외교 리얼리티쇼에서 '통 큰 합의'라는 각본 없는 드라마를 쓸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그러나 이번 회담에서는 비핵화와 체제보장의 원칙과 방향에 대한 큰 틀의 '포괄적 합의'를 하고 구체적 이행 시간표와 방법론 등 '디테일'은 후속회담에 맡기는 쪽으로 '속도 조절'을 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했듯이 이번 회담은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를 향한 '과정의 시작'으로서의 의미도 결코 작다고 볼 수 없다는 시각이 나온다.
kj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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