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정부, ISD 첫 패소 이유 밝혀야

입력 2018-06-11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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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정부, ISD 첫 패소 이유 밝혀야

(서울=연합뉴스) 한국 정부가 투자자-국가 간 소송(ISD)에서 패소했다는 사실이 최근에 발표됐다. 한국 정부는 730억 원을 이란 다야니 가문에 물어주게 생겼다.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와 채권단은 2010년 당시 대우일렉트로닉스를 이란 다야니 가문 측에 매각기로 했으나 기한 내에 잔금을 받지 못했다면서 계약을 파기했었다. 그리고 계약금 578억 원을 몰수했다. ISD는 투자보장협정(BIT)을 맺은 나라의 투자자들이 상대방 국가의 정부 정책과 제도 등으로 손해를 입었을 때 국제기구 중재재판을 통해 손해배상을 받도록 하는 제도다. 한국 정부가 외국 기업이 제기한 ISD에서 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문제는 한국 정부가 이번 국제소송에서 왜 패소했는지를 제대로 설명하지 않고 있다는 데 있다. 다야니 측이 계약을 위반해서 캠코가 계약금을 몰수했다는데, 이 당연한 조치가 왜 잘못됐다는 판정을 받아야 하는지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다. 그러나 정부는 입을 다물고 있다. 이번 소송을 총괄한 금융위원회뿐 아니라 기획재정부, 외교부, 법무부, 산업통상자원부 등 관련 부처 모두가 함구하고 있다. 금융위는 취소소송을 검토하고 있기 때문에 패소 이유를 공개할 수 없다고 하는데, 논리적으로 잘 납득이 되지 않는다. 캠코도 당시 채권단의 결정에 따라 적법하게 계약을 해지하고 계약금을 몰수했다고만 답변하고 있다.

납세자인 국민은 왜 패소했는지를 알아야 할 권리를 갖고 있고, 정부는 이에 관해 설명해줄 의무가 있다. 그런데도 정부가 침묵을 지키고 있으니 의혹이 갈수록 커지는 모양새다. 출처가 없는 이런저런 이야기들만 퍼지고 있다. 정부가 이번 소송의 패소 이유를 공개해야 하는 것은 앞으로 이런 국제소송에 대비하고 준비하는 데 도움을 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는 한국 정부가 외환은행 매각 승인을 늦추는 바람에 피해를 봤다면서 5조 원의 배상소송을 제기해 놓고 있다.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한국 정부가 부당한 압력을 행사해 손실을 봤다면서 ISD를 추진하고 있다. 엘리엇은 7천억 원 이상의 배상을 요구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으로 이런 국제소송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 국제적 투자와 거래가 갈수록 활발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소송에서 다시는 패소하지 않기 위해서 정부와 기업 모두 철저히 준비하고 공부를 해야 한다. 아울러 한국의 제도와 법규에 허점은 없는지도 철저히 점검해야 한다. 이런 차원에서 정부는 가능한 한 신속히 당시의 매각 과정과 다야니 측이 문제 삼은 대목, 국제 중재재판에서 패소한 이유, 앞으로의 개괄적인 계획 등을 밝혀야 한다. 그게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정부가 취해야 할 순리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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