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세력 "헤즈볼라 지원에 제한" 강력 반대
(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이란 의회는 10일(현지시간) 연 본회의에서 정부가 제출한 유엔 테러자금조달방지(CFT)를 위한 국제협약에 가입하는 내용의 법안에 대한 표결을 2개월 뒤로 미루기로 했다.
이에 따라 이란의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 가입도 유예됐다.
FATF는 유엔 협약,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안과 관련한 금융조치 이행을 위한 국제기구다. 자금세탁·테러자금 조달방지(AML/CFT) 분야 국제 기준을 정하고 49개 권고사항을 각국 정부가 이행하는지 평가, 감독한다.
이 권고사항 이행은 법적 구속력은 없으나, 비협조국으로 지정되면 3단계로 대응조치가 부과된다. 이란은 현재 2단계의 '고도주의 요구'(블랙리스트. 자금세탁방지제도에 중요한 결함이 발견돼 거래에 특별히 주의해야 하는 국가)로 분류됐다.
FATF는 이달 말 총회를 열이 이란을 블랙리스트에서 해제 여부를 논의할 예정이다.
이란 의회의 유예 결정에 대해 이란 현지 언론들은 미국의 일방적인 철회로 이란 핵합의가 존속할지 불투명한 상황에서 유럽 측의 태도조차 불분명해 의원들의 경계심이 높아진 탓이라고 분석했다.
이날 회의에 앞서 9일 보수 성향의 의원들은 "미국이 제재를 부활하려는데 FATF에 가입한다면 미국이 이란의 모든 은행 거래와 교역 정보에 접근할 길을 터주게 되는 꼴"이라면서 부결을 주장하는 결의안을 냈다.
FATF 49개 권고사항 가운데는 돈세탁과 테러 자금조달을 막는 국내법적 조치뿐 아니라 이와 연루된 국제 사법공조를 신속, 효과적으로 제공하고 자금 동결, 압수, 몰수 요청에 응해야 한다는 내용이 있다.
이날 본회의에서 가장 큰 쟁점은 레바논의 친이란 시아파 무장정파 헤즈볼라와 팔레스타인 하마스에 대한 이란의 지원 문제였다.
이 법안을 낸 이란 외무부는 FATF 가입이 국가 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정보기관, 혁명수비대, 최고국가안보회의가 철저히 점검했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FATF가 이들 조직을 테러조직으로 지정하지 않았다고 설득했으나 보수파 의원들은 미국과 유럽연합(EU)이 지정한 만큼 향후 지원이 제한될 것이라고 반론을 폈다.
이란 외무부는 또 이 기구에 가입해 이란이 테러 자금을 지원하지 않는다는 의혹을 해소해야 유럽과 금융 거래가 원활해질 것이라고 항변했지만 보수파 의원들은 "핵합의도 제대로 이행하지 않는 유럽 은행들이 우리가 FATF에 가입한다고 해서 금융 거래를 하겠느냐"고 반박했다.
이날 재석 의원 241명 중 138명이 CFT 표결을 유예하자는 데 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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