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연패 남자배구…냉정한 김호철 감독 "우물 안 개구리였다"

입력 2018-06-12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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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연패 남자배구…냉정한 김호철 감독 "우물 안 개구리였다"
"실업팀과 중고교팀의 경기같아…한국 배구 시스템 다 바꿔야"



(영종도=연합뉴스) 최인영 기자 = "우물 안 개구리가 아니었나 생각이 든다."
2018 국제배구연맹(FIVB)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에서 9전 전패라는 참혹한 중간 성적을 들고 온 남자배구 대표팀(세계랭킹 21위)의 김호철 감독이 한국 남자배구 현주소를 냉정하게 평가했다.
폴란드와 브라질, 프랑스를 도는 원정을 마치고 12일 인천국제공항으로 입국한 김 감독은 "지구를 한 바퀴 돈 것 같다. 다른 팀도 마찬가지겠지만, 우리는 성적이 안 좋다 보니 더 힘들고 피곤한 것 같다"며 다소 지쳐 있는 팀 분위기를 전했다.
대표팀은 지난 3주 동안 치른 9경기에서 모두 졌다. 일본에만 세트 스코어 2-3 접전 끝에 졌고, 다른 9경기에서는 모두 세트 스코어 0-3으로 완패했다.
16개 참가국 중 유일하게 1승도 거두지 못한 채 최하위로 밀려난 상황이다. 5주에 걸친 대회에서 최종 최하위를 거둔 팀은 강등돼 내년 대회에 출전할 수 없다. 대표팀의 현실적 목표는 '잔류'지만 이마저도 낙관하기 어렵다.
김 감독은 "유럽 선수들과 비교해서 서브, 블로킹, 기술, 공격, 리시브, 세터까지 나은 게 하나도 없다"며 9연패가 어떻게 보면 당연한 결과일 수 있다고 냉정히 분석했다.
그러면서 "저희가 너무 우물 안 개구리가 아니었던가 생각이 든다. 실력 차이가 너무 난다. 키도 훨씬 크고 우리와 다른 배구를 하는 팀과 싸우려니 처음에는 무척 힘들었다. 실업팀과 중고등학교 배구팀이 맞붙는 것 같았다"고 비유하기도 했다.
긍정적인 점을 찾자면 점점 발전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 감독은 "지금은 적응하면서 나아지는 것 같다. 희망도 보이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국제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려면 한국의 배구 시스템을 모두 바꿔야 한다는 의견도 내놓았다.
그는 "몰랐던 것을 많이 알게 됐다. 선수들도 코치진도 새로운 길을 갈 수 있는 토대를 만들었다"며 "한국 배구를 전체적으로 바꿔야 한다, 다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프로배구 V리그는 공격력이 뛰어난 외국인 선수에 의존하는 경향이 크다. 하지만 '토털 배구'가 기본인 국제무대에서는 이런 식의 배구가 통할 수 없다.
김 감독은 "토털 배구를 매일 하는 외국 선수들과, 대표팀에서만 토털 배구를 하는 우리 선수들의 실력 차가 너무 많이 난다. 대표팀 적응 기간이라도 길면 괜찮을 텐데 기간도 짧다. 여러 문제가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어 "배구 체제를 빨리 바꿔야 한다. 젊은 세대들로 바꾸면서 새로운 배구를 해야 한다. 대표팀만큼은 다른 배구를 해야 한다"며 "스피드, 높이, 수비, 기술도 다 보완해야 한다. 할 일이 첩첩산중이다. 잔뜩 숙제만 안고 왔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잔류라는 목표도 어려운 게 아닌가 생각이 든다"면서도 홈 팬 앞에서 하는 4주차 경기에서는 힘을 내겠다고 약속했다.
대표팀은 오는 15∼17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호주(2승 7패), 이탈리아(5승 4패), 중국(2승 7패)과 4주차 경기를 치르고, 22∼24일에는 이란 테헤란에서 마지막 5주차 일정에 나선다.
김 감독은 호주와 중국이 하위권에 있고, 이탈리아도 주축 선수를 빼고 온다는 소식이 있지만, "그래도 수준이 우리보다 높다"며 방심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15연패는 하지 말아야 한다"며 "한국에서 할 때는 선수들도 좀 더 열심히 하고 분발하지 않을까"라고 기대했다.
팬들에게는 "많이 격려하고 응원해주시는데 죄송한 마음뿐"이라며 "선수들도 팬을 위해서 열심히 하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선수들에게는 "하고는 싶은데 마음대로 안 되고, 열심히 하는데도 이길 수 없으니 지켜보기 안타깝다"며 "시합은 질 수도 있다. 선수들 의욕을 잃지 않는 게 중요하다. 하루아침에 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격려했다.
abbi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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