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정상회담] '역사적 만남' 김정은, 처음엔 긴장·갈수록 여유

입력 2018-06-12 12:38   수정 2018-06-12 13:28

[북미정상회담] '역사적 만남' 김정은, 처음엔 긴장·갈수록 여유

남북·북중정상회담 거쳐 서방 외교무대 본격 데뷔…정상국가 면모 과시



(서울=연합뉴스) 특별취재단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2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회담하며 서방 외교무대에 본격적으로 데뷔했다.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그동안 은둔의 이미지를 벗어던진 김정은 위원장은 잇단 중국 방문에 이어 초강대국이자 지난 70여 년 간 대립해온 '적국' 미국의 지도자와 어깨를 나란히 하며 정상국가를 지향하는 지도자로서의 면모를 유감없이 보였다.
김 위원장은 정상회담장인 싱가포르 센토사 섬의 카펠라 호텔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처음 만났을 때만 해도 표정에 긴장한 기색도 엿보였지만, 금세 미소를 짓는 등 여유를 찾았다.
1984년생인 김 위원장은 46년생인 트럼프 대통령보다 38살이나 어리지만 위축된 모습을 찾아보기는 힘들었다. 김 위원장은 악수와 기념촬영을 마치고 걸어가며 트럼프 대통령의 팔에 손을 올리는 등 친근한 제스처를 선보이기도 했다.

트럼프·김정은, 역사적 첫 대면…'세기의 악수'

언론에 공개된 김 위원장의 발언도 거침이 없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과의 단독정상회담 모두발언에서 "여기까지 오는 길이 그리 쉬운 길이 아니었다"며 "우리한테는 우리 발목을 잡는 과거가 있고 또 그릇된 편견과 관행들이 우리 눈과 귀를 가리고 있었는데 우린 모든 것을 이겨내고 이 자리까지 왔다"고 말했다.
북미 간 대립의 책임을 미국에만 떠넘기지 않고 양국 모두에 잘못이 있었음을 사실상 고백한 것으로, 일종의 '자아비판' 성격도 있어 가히 파격적이다.

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에 "많은 이들이 이번 회담을 일종의 판타지나 공상과학 영화로 생각할 것"이라고 농담을 섞어 말하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10대 중반에 스위스 베른에서 공립학교에 다니면서 선진 문물을 익힌 것이 지금의 거침없는 외교 행보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과거 북한 지도자와 달리 정상국가를 지향하는 김정은 위원장의 면모는 회담장으로 평양 등 북한을 고집하지 않고 싱가포르를 받아들인 데서도 엿볼 수 있다.
남북정상회담이 열린 판문점이나 북중정상회담의 무대인 베이징이나 다롄과는 달리 싱가포르는 주변 환경을 완전히 통제하기 어렵지만, 김 위원장은 이를 마다치 않았다.
오히려 전날 밤에는 깜짝 외출해 싱가포르의 명소들을 둘러보며 싱가포르의 비비안 발라크리쉬난 외무장관 등과 '셀카'를 찍는 등 대중 노출을 꺼리지 않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트럼프·김정은 정상회담 전 모두발언

redfla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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