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에게 희망 선물 하고 싶어" 15일 러시아행
남북 단일팀 응원단 조직 희망도 피력…"기회 되면 목청껏 성원"
(대전=연합뉴스) 이재림 기자 = 태극 문양 얼굴 페인팅으로 유명한 한국 응원 문화의 산증인 박용식(55) 씨가 월드컵이 열리는 러시아로 떠난다.
자신이 후원하던 보육원생 1명도 그와 함께한다.
굵직한 대표팀 축구 경기 때마다 독특한 패션으로 텔레비전 중계 화면에 곧잘 잡히기도 하는 그는 원정 응원단의 대부 격이다.
1994년 미국 월드컵을 시작으로 주요 홈·원정 A매치와 올림픽 평가전마다 경기장에서 뜨거운 함성을 토해냈다.
그가 지금까지 다닌 원정 응원만 55차례에 달한다.
지난 겨울 열린 평창동계올림픽과 패럴림픽에선 레드엔젤 응원단 총단장으로 곳곳을 누비며 선수들을 격려했다.
대전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박씨는 14일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응원에 일종의 사명감까지 가지고 있다"며 "특히 축구는 선수와 관중이 함께 즐기며 감정을 공유할 수 있어서 매력 있는 스포츠"라고 말했다.
그가 중요하게 여기는 게 하나 더 있다.
어려운 형편에 있는 청소년을 돕는 일이다.
박씨는 지금까지 30년 가까이 대전에 있는 한 보육원을 후원하며, 젊은 세대를 물심양면으로 돕고 있다.
아동복지증진에 이바지한 공로로 대통령 표창을 받기도 했다.
"학비를 지원한 학생 중에는 성장해서 법조인이 되기도 했다"고 소개한 그는 "사회에서 쓰임을 받고 있다는 얘기를 들으면 감사한 마음"이라고 전했다.
그는 보육원생을 축구장에 데려가 경기를 직접 볼 수 있는 자리도 수시로 마련했다.
2008년에는 상암동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FC서울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경기에 20여명과 함께 응원을 펼쳤다.
2010년 남아공월드컵에는 보육원생을 현장으로 보내줬고, 2014년 브라질월드컵 당시엔 청소년 1명과 함께 직접 날아가기도 했다.
박씨는 이번 러시아월드컵에도 사비를 들여 보육원생 1명과 함께 대표팀을 응원할 계획이다.
15일에 출국해 24일 멕시코전과 27일 독일전을 관전할 예정이다.
그는 "축구를 좋아하는 아이에게 꿈과 희망을 주고 싶다"며 "체재비가 상당히 많이 들지만, 누구에게라도 좋은 영향력을 줄 수 있을 거란 생각에 결심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그는 항상 마음속에 품고 있다는 소망도 하나 소개했다.
남북 단일팀을 위해 응원단을 이끌고 관중석에 서는 일이다.
박씨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당시 남북 응원단장을 하면서 남북이 하나가 되는 것을 느꼈다"며 "올림픽이든 월드컵이든 다시 한 번 그런 기회가 온다면 목청껏 응원할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walde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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