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제7회 지방선거 투표일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향후 4년간 우리 동네 살림살이를 책임지는 광역단체장과 기초단체장, 또 이들을 견제하는 광역의원과 기초의원이 결정된다. 17명의 광역단체장, 226명의 기초단체장, 824명의 광역의원, 2천927명의 기초의원, 그리고 17명의 교육감을 선출한다. 1995년 전국 동시 지방선거가 부활해 지방자치가 실시된 지 23년이다. 우여곡절을 거치면서도 중앙 정부의 독점적 권한을 견제하며 지방에 풀뿌리 민주주의를 정착시켜왔다. 유권자들은 한 표를 행사하기에 앞서 지방자치의 기본 정신을 다시 생각해야 할 때다.
1987년 6월 항쟁으로 권위주의 시대가 절차적 민주주의로 전환된 이후 대통령을 국민의 손으로 뽑고, 나아가 마을의 공동체 대표를 주민의 손으로 뽑도록 민주주의를 확장한 것이 지방선거였다. 대통령이나 국회의원의 책임이 훨씬 막중하고 중요하지만, 주민들의 피부에 와 닿는 정책의 권한과 책임을 진 선출직 공직자가 지방단체장이고, 지방의원이다. 시·군·구, 시·도의 예산집행권, 인허가권, 단속권은 중앙 정부의 그것보다 일상생활에 훨씬 가까이 있다. 주권을 가진 유권자라면 결코 소홀히 할 일이 아니다.
지방선거 투표의 기준은 4년 뒤 나와 내 가족과 우리 공동체의 삶을 보다 낫게 해줄 사람이 누구냐이다. 어떤 사람을 뽑느냐에 따라 공동체의 살림과 복지, 안전, 환경, 교육이 달라진다. 정당정치 구조인 만큼 중앙 정치의 쟁점과 이슈에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지만, 지방자치 본연의 목적인 마을 공동체 살림살이를 누가 제대로 꾸려갈지, 누가 지방행정 적임자인지를 최우선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이번 선거 과정을 돌이켜보면 개탄스럽다. 동네 살림을 좌우할 논쟁은 부각되지도 못했고 지방과 자치는 실종된 선거였다. 북미 정상회담이라는 초대형 이슈가 국민의 눈길을 사로잡은 이유도 있지만, 역대 어느 선거보다도 네거티브 캠페인이 전개된 탓도 크다. 선거 막판 특정 후보와 여배우의 사생활 논란이나 막말 공방이 정책 선거를 덮어버렸다. 가장으로서 생계를 책임진 동네 자영업자들의 한숨이나 주부들의 반찬 먹거리 고민이나, 건강을 위협하는 미세먼지 문제, 아이들이 반듯하게 성장하는 교육환경 등 자치 이슈에 대한 건강한 논쟁이 보이지 않은 것은 매우 아쉽다.
주권자인 국민의 한 표는 세상을 바꾸는 힘이다. 사전투표율이 20.14%로 4년 전 지방선거 11.49%보다 높은 것은 고무적이다. 정당과 후보들의 퇴행적인 모습에도, 유권자들은 투표로 세상을 바꾸는데 참여하겠다는 주인 정신을 보였다. 투표일에도 이 행렬은 이어져야 한다. 국회의원 재보선 지역의 경우 최고 8장의 투표용지가 유권자에게 주어진다. 후보가 누구인지 따지지 않고 특정 정당 후보를 일렬로 표를 찍는 '줄 투표'는 금물이다. 후보 면면을 따져야 한다. 잘못된 선택으로 인한 불이익은 결국 유권자에게 돌아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벌써 선거 결과 예상치를 토대로 정계개편까지 거론된다. 선거 결과 뚜껑이 열리면 여야 정당은 민심이 어디에 있는지 현명하게 짚어보고, 시대적 과제를 겸허하게 성찰하며 나아갈 길을 정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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