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승균 전 국정원 실장, 원세훈·박승춘 공판서 증언
(서울=연합뉴스) 고동욱 이보배 기자 = 이명박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이 편향적인 안보교육을 위해 '국가발전 미래교육협의회'(국발협)를 설립·운영한 사실을 철저히 숨기려 했다고 전직 간부가 법정 증언했다.
신승균 전 국정원 국익전략실장은 1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김상동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박승춘 전 국가보훈처장 등의 속행 공판에 증인으로 나와 이렇게 말했다.
신 전 실장은 국정원이 국발협 운영에 깊숙이 관여한 것에 대해 "철저하게 숨기는 게 방침이었다"며 "당시 원세훈 전 원장은 '우리가 한 일이 옳은 일이든 아니든 알려져서 시빗거리가 되면 일을 못 하게 된다'는 말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국회 정보위원회나 언론 등에서 국발협의 강의 내용이 편향적이라는 이야기가 몇 차례 나왔다"며 "정보위든 언론이든 국정원이 국발협을 운영하는 사실이 공개되면 안보 기능 수행에 장애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신 전 실장은 국정원이 국발협의 운영 자금을 모두 부담했고, 국발협의 상근 직원을 선임하는 과정에도 관여했다고 진술했다.
또 매주 국발협의 주요 현안 보고서를 지휘부에 보고했고, 국정원 유관부서 회의에서도 국발협의 실적이 주요 보고 사항 중 하나였다고 밝혔다.
그는 검찰 조사에서 "원세훈 전 원장이 '대통령 관심사항'이라며 안보교육을 수시로 강조했고, 그러다 보니 국발협 활동을 지원했다"고 진술한 사실도 인정했다.
원 전 원장과 박 전 처장 등은 2010년 순수 민간단체를 표방한 국발협을 설립한 뒤 국정원 예산을 지원받아 안보교육을 명목으로 우편향적인 정치개입 활동을 벌인 혐의로 기소됐다.
국발협은 2013년까지 책자 발간, 안보교육 강연, 언론사 칼럼 게재 등을 통해 이명박 전 대통령과 당시 여권을 지지하고,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과 당시 야권을 비판하는 활동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원 전 원장 측은 이에 대해 "안보교육이 규모상, 절차상으로나 정당한 업무라고 인식하고 한 것"이라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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