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코틀랜드, 거부 의사 없는 모든 국민 장기기증 추진

입력 2018-06-12 19:09  

스코틀랜드, 거부 의사 없는 모든 국민 장기기증 추진
'옵트-아웃' 시스템 규정한 법안 의회 상정…통과시 2020년 시행



(런던=연합뉴스) 박대한 특파원 = 스코틀랜드가 거부 의사를 밝히지 않은 모든 국민을 장기기증 대상자로 분류하는 '옵트-아웃(opt-out)' 방식을 추진한다.
현재는 생전에 기증 의사를 밝힌 이들만 장기기증이 가능한 '옵트-인(opt-in)'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12일(현지시간) 영국 보수 일간 더타임스에 따르면 스코틀랜드 의회에 새 옵트-아웃 시스템을 채택하는 내용의 법안이 상정됐다.
앞서 스코틀랜드국민당(SNP)이 이끄는 스코틀랜드 자치정부는 1년 전 장기기증 관련 옵트-아웃 시스템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새 옵트-아웃 시스템이 도입되면 생전에 명시적으로 거부 의사를 밝히지 않는 이상 모든 이들의 장기는 기증 대상이 된다.
생전에 사망자가 장기 기증을 원하지 않았다는 명확한 증거를 가족이나 친척이 제시하지 못할 경우 가족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장기가 기증되도록 했다.
스코틀랜드 자치정부는 이 같은 옵트-아웃 시스템이 장기기증을 활성화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재 스코틀랜드 인구 중 46%가 장기 기증을 약속했고, 10년간 장기기증 건수는 89% 증가했지만 여전히 500명 이상이 장기 이식을 기다리고 있다.
스코틀랜드 자치정부는 법안이 의회를 통과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대중 홍보 활동 등을 통해 새 시스템을 널리 알린 뒤 2020년 4월 이전 도입하기를 희망하고 있다.
다만 스코틀랜드에서 거주 1년 이내인 자, 16세 이하, 명확한 의사 결정 능력이 없는 이들은 이같은 옵트-아웃 시스템이 자동적으로 적용되지 않는다.
에일린 캠벨 스코틀랜드 공중보건장관은 "스코틀랜드에서 장기기증을 기다리는 사람을 줄이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방안을 해야 한다"면서 "옵트-아웃 시스템 채택은 장기 및 조직 기증에 대한 중장기적인 태도 변화를 이끄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 웨일스 지역은 이미 2015년 옵트-아웃 시스템을 도입했고, 잉글랜드는 검토를 진행 중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여전히 옵트-아웃 시스템 도입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를 보이고 있다.
2015년 12월 옵트-아웃 시스템을 도입한 웨일스에서 이전 21개월동안 장기기증자는 101명이었는데, 도입 후 21개월간 기증자 역시 104명으로 큰 변화가 없었다.
옵트-아웃 시스템을 채택하지 않은 미국은 스코틀랜드에 비해 장기기증자 비율이 더 높지만, 옵트-아웃 시스템을 도입한 스웨덴은 오히려 더 낮다는 분석도 있다.
pdhis959@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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