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전문가 "북미회담 결과 예상치에 부합…효과는 중장기로 봐야"
(서울=연합뉴스) 권수현 유현민 전명훈 기자 = 증시 전문가들은 지난 12일 북미정상회담을 계기로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일부 해소된다면 코스피가 연내 2,800선 이상으로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번 회담 결과는 예상에 부합하는 수준이며 국내 증시에 곧바로 훈풍을 몰고 오기보다는 중장기적으로 효과를 낼 것으로 봤다.
13일 연합뉴스가 국내 주요 증권사 7곳의 리서치센터장과 투자전략팀장을 상대로 북미정상회담의 증시 영향 등에 대한 의견을 물어본 결과 이들은 이번 회담이 포괄적인 합의를 봤다는 점에서 시장의 기대치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것으로 평가했다.
서영호 KB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양국이 비핵화와 체제 보장을 공동성명에 담았고 후속 논의를 통해 구체화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만큼 이는 기존 예측에서 벗어나지 않는 수준"이라며 "더 구체적인 내용이 없다는 평가도 있겠지만 짧은 일정에 비핵화 일정까지 다루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유승민 삼성증권[016360] 북한투자전략팀장도 "양국 정상이 직접 만나 큰 틀의 합의를 이뤄낸 것만으로도 기대를 충족했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윤희도 한국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합의문에 완전한 한반도의 비핵화와 북한 체제안전보장, 북미 관계 정상화 등 향후 양국이 협상을 통해 도달할 목표를 적시하고 협상을 열기로 해 대체로 기존 예상에 부합한다"며 "다만 종전 선언이 포함되지 않은 점은 아쉽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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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북미 양국이 합의 내용을 착실히 실행에 옮겨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험(리스크)이 축소되면 '코리아 디스카운트'로 일컬어지는 한국 증시의 저평가 요인이 상당 부분 해소될 것으로 기대했다.
북한 리스크만 덜어져도 코스피는 현 수준 대비 10%가량 더 상승해 올해 안에 충분히 2,800선을 넘을 수 있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양기인 신한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현재 한국 증시는 신흥국 평균 대비 약 30% 저평가돼있는데, 불투명한 지배구조와 낮은 배당성향, 북한 리스크 때문"이라며 "이 가운데 북한 문제만 해결돼도 코리아 디스카운트 원인의 3분의 1이 해소되는 만큼 코스피가 10%는 더 오를 수 있다"고 추정했다.
윤희도 센터장 역시 "지정학적 리스크 해소가 코리아 디스카운트 축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며 "이와 관련한 코스피 추가 상승 여력은 현 수준 대비 17%로 연말까지 지수가 2,900선을 바라볼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장기적으로는 코스피가 3,000선을 넘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경수 메리츠종금증권[008560] 리서치센터장은 "선진국 증시의 12개월 예상 주가수익비율(PER)이 평균 15배인데 한국은 9∼10배 정도"라며 "북한 리스크가 해소되고 경협이 예상대로 추진되면 한국 증시의 PER는 11배로 높아져 코스피가 2,800까지 오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 센터장은 "길게 보면 독일 사례를 참고할 수 있는데, 독일 증시는 통일 이후 실적 개선 시점부터 본격적으로 재평가가 이뤄지면서 밸류에이션(평가가치)이 25% 올라갔다"며 "이를 코스피에 적용하면 3,160까지 상승 여력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다만 지정학적 리스크를 과대평가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도 있다. 특히 이미 기대감이 증시에 선반영돼 있어 이번 북미회담 결과가 단기적으로 증시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창목 NH투자증권[005940] 리서치센터장은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지정학적 위험보다는 미흡한 주주환원정책 등 다른 요인이 더 크게 작용한 결과여서 단순히 북한 리스크 축소로 코스피가 재평가될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며 "올해 하반기 증시는 미국과 유럽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이나 주요국의 무역분쟁에 더 큰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희찬 미래에셋대우[006800] 글로벌자산배분팀장도 "한국 증시 할인의 가장 큰 이유는 분단 상황보다는 기업이익 예측 가능성이 떨어지고 배당수익을 안정적으로 올리기 어려운 구조적 문제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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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 전문가들은 이번 북미회담이 한국 경제에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데에는 큰 이견이 없었다.
양기인 센터장은 "북미회담 결과가 현실화하고 남북 경제협력 프로젝트가 본격적으로 가동되면 관련 업체 실적은 한해에 30∼40%씩 성장이 가능하다"며 "한국 경제의 성장률도 4∼5% 수준으로 올라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서영호 센터장도 "북미정상회담으로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의 정착이 이뤄지고 북한 경제가 개방된다면 한국 경제의 저성장 문제에 돌파구가 될 수 있고 남북 경협이 확대되면 경제 성장률도 높아질 것"이라며 "다만 이는 비핵화와 검증, 국제사회의 제재 해제가 필요해 현실화까지는 1년 이상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경수 센터장 역시 "북한 경제가 개방되면 한국 입장에서는 내수 시장이 하나 더 생기는 셈"이라며 "남북을 합쳐 총 8천만명 규모의 시장을 확보하면서 내수가 주도하는 선진국형 경제로 가는 바탕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inishmor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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