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총선 득표 1,2위 정파 '반미 민족주의 연정' 선언

입력 2018-06-13 16:12  

이라크 총선 득표 1,2위 정파 '반미 민족주의 연정' 선언
두 정파 모두 미국 개입 반대…"미국 영향력 약화" 전망



(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지난달 12일(현지시간) 이라크 총선에서 득표수 1, 2위를 차지한 정파인 '알사이룬'(행군자 동맹)과 '타할로프 알파티흐'(정복 동맹)가 12일 전격적으로 연정을 선언했다.
알사이룬은 54석, 타할로프 알파티흐는 47석을 차지해 두 정파의 의석을 더하면 이라크 의회 과반(최소 165석)의 61%에 이른다. 이들 정파 모두 예상을 뒤엎고 최다 의석을 차지했다.
알사이룬은 강경 시아파 성직자이자 반외세 민족주의 성향인 무크타다 알사드르가 이끌고, 타할로프 알파티흐는 이란이 지원하는 시아파 민병대(PMU) 바드르여단의 총사령관 출신인 하디 알아메리가 지도자다.
두 정파는 이란을 기준으로 하면 입장이 엇갈리는 탓에 이번 연정 선언이 뜻밖이지만, 미국을 기준으로 하면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
알사이룬을 이끄는 알사드르는 한때 이란과 관계가 나쁘지 않았지만 외세의 개입에 반대하는 민족주의적 노선이 강해지면서 불편해졌다.
이란 최고지도자의 수석보좌관 알리 아크바르 벨라야티는 2월 그를 겨냥해 "진보주의자와 공산주의자가 이라크를 통치하는 상황을 좌시하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지난해 7월에는 이란의 반대를 무릅쓰고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해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를 만나는 파격적인 행보를 보였다.
그는 또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침공 뒤 격렬한 반미 무장투쟁의 선봉에 선 인물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서방 언론은 미국에 고분고분하지 않는 그를 '급진주의자', '선동가', '불같은 시아파 성직자'로 부른다.
타할로프 알파티흐의 알아메리가 몸담은 시아파 민병대는 이란의 직접 지원을 받아 이슬람국가(IS) 격퇴전에서 활약했다.
두 정파 모두 미국의 이라크 개입에 상당히 적대적인 셈이다.
알사드르는 알아메리와 함께 12일 연정을 발표하면서 "두 정파는 민족주의 정신을 근간으로 연대했다"고 설명했다.
이들의 연정선언에 쿠르드 최대정파 쿠르드민주당(KDP. 25석)과 쿠르드애국동맹(PUK. 18석)이 지지한다는 의사를 밝혔다.
여기에 중도 종파 민족주의 계열의 알와타니야(전국 동맹. 21석)와 시아파 정파 히크마(지혜 동맹. 19석)이 동참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른바 '민족주의 연정'은 의회의 과반인 최다 184석 규모가 될 수 있다.
미국 싱크탱크 전쟁학연구소(ISW)는 12일 낸 보고서에서 "이라크에서 미국의 이익을 약화하고 중동에서 미국의 개입을 배제하려 하면서 이란을 지지하는 정부가 구성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일각에서는 이들의 전격적인 연대의 배경을 미국이나 이란을 잣대로 분석해서는 안된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번 총선이 3년 여에 걸친 IS 사태 뒤 실시됐고, 두 정파 모두 정치권에서 비주류라는 점에서 무능하고 부패한 데다 외세의 개입에 휘둘린 기존 정치권을 개혁해야 한다는 이라크 민심이 반영됐다는 해석이다.
IS 격퇴전장에서 정부군을 능가하는 전투력으로 전공을 세운 강력한 지도력을 보유한 알사드르의 정파와 시아파 민병대의 지도자를 대안세력으로 지지한다는 것이다.
hska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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