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연합뉴스) 한종구 기자 = 집권 여당 후보는 대전시장에 당선될 수 없다는 이른바 '여당 참패 징크스'가 지방자치 부활 이후 23년 만에 깨졌다.
14일 오후 0시 현재 대전시장 선거는 31.9의 개표가 진행된 상황에서 더불어민주당 허태정 후보가 58.6%의 득표로 자유한국당 박성효 후보(30.9%)를 27.7% 포인트 차이로 앞서며 당선이 확실시됐다.
1995년 이후 치러진 6번의 대전시장 선거에서 집권여당 후보는 줄곧 냉엄한 민심의 심판을 받았다.
지방선거가 정부에 대한 중간평가 성격으로 치러지는 만큼 정권 견제론이 강하게 작용한 데다 충청을 기반으로 하는 지역 정당의 존재로 대전에서는 여당 후보가 힘을 쓰지 못했다.
그러나 이번에 처음으로 여당 후보가 대전시장에 당선되면서 지방선거의 새 역사를 썼다는 평가가 나온다.
처음으로 지방선거가 치러진 1995년 대전에서는 지역 정당인 자유민주연합 소속 홍선기 후보가 시장에 당선된 것을 시작으로 김대중 정부 초기 치러진 제2회 1998년 선거에서도 대전시장은 자유민주연합이 차지했다.
2006년 제4회 지방선거와 2010년 제6회 지방선거는 초반 여당의 압도적인 우세에도 불구하고 대역전극이 펼쳐지면서 야당 후보가 당선됐다.
제4회 지방선거에서는 당시 여당이던 열린우리당 염홍철 후보가 여론조사에서 앞섰으나, 막판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표가 흉기에 다친 뒤 말했다는 "대전은요?" 한마디에 한나라당 박성효 후보가 2.69% 포인트 차이로 승리했다.
제6회 지방선거에서도 여당인 새누리당 박성효 후보가 선거 초반 진행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새정치민주연합 권선택 후보를 큰 차이로 따돌렸지만, '세월호 참사' 등의 영향으로 권 후보가 뒤집기에 성공했다.
이명박 정부 3년 차인 2010년 치러진 제5회 지방선거에서도 당시 여당인 한나라당 박성효 후보는 자유선진당 염홍철 후보에게 패배했다.
당시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50% 안팎을 넘나들어 비교적 높은 수준이었지만 견제론과 함께 지역 정당의 바람을 피해가지 못했다.
앞서 김대중 정부 말기에 치러진 2002년 제3회 지방선거에서 당시 여당이던 새천년민주당은 자유민주연합과의 공조 방침에 따라 후보조차 내지 못했다.
이번 지방선거는 집권 초기인 데다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도 고공비행을 거듭 선거 초반부터 여당에 압도적으로 유리해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분석이 적지 않았다.
여기에 12일 북미 정상회담까지 성공적으로 마무리됨에 따라 유권자들이 여당 시장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지역 정가 관계자는 "역대 선거에서 대전지역표심은 어느 한 정당에 표를 몰아주는 일이 없이 견제와 균형을 이루는 모습을 보였다"면서도 "그러나 이번 선거는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높은 기대감이 견제와 균형보다 더 강하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jk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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