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직교사→전교조 지부장→교육의원에서 교육감까지…아이 행복·건강 중시
(제주=연합뉴스) 전지혜 기자 = 이석문(59) 제주도교육감 당선인은 지난 지방선거에서 진보 성향 인사로는 처음으로 제주교육 수장에 오른 데 이어 이번에 박빙의 승부 끝에 재선에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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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5년 전남 여수 여천중에서 처음 교편을 잡은 이 당선인은 제주 세화중, 오현고, 함덕고, 표선고, 제주고 등에서 영어교사로 근무했다.
오현고에 재직하던 1989년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활동으로 해직됐다가 1994년 세화중으로 복직했으며, 2000년 전교조 제주지부장에 선출됐다.
전교조 지부장 시절 "대입보다 어려운 고입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제주교육은 미래로 나아갈 수 없다"고 늘 말해온 그는 이때부터 연합고사(고입 선발고사) 폐지와 고교체제개편 정책 철학을 세워나갔다.
2004년에는 '제주도 친환경 우리 농산물 학교급식 사용에 관한 지원 조례' 제정 운동을 벌였다. '친환경 우리농산물 학교급식 제주연대' 상임대표로 활동하며 친환경 급식 전도사로 이름을 알렸다.
4·3유족인 그는 4·3연구소 창립에 참여하는 등 진상규명 운동에 힘을 쏟았고, 4·3유족회 제주시 중부지회장 등을 역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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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에는 교육의원에 당선돼 제주도의회에 입성했다. 교장·관료 출신이 대부분이던 교육의원에 평교사 출신 진보 성향 교육자가 당선됐다는 소식은 화제가 됐다.
교육의원으로 활동하면서 '제주도 농어촌 지역 학교 교통비 지원 조례 전부개정조례안', '제주도 학생 정신건강증진에 관한 조례안', '다자녀 학생 교육비 지원 조례안', '4·3평화교육 활성화 조례' 등 교육계 곳곳에 필요한 지원을 제도화하기 위해 노력했다.
2012년 도교육청이 소규모 학교를 통폐합하려고 할 때 강력한 저지활동을 벌이는 등 작은학교 살리기에도 힘을 쏟았다.
2014년 지방선거 때는 '단 한 명의 아이도 포기하지 않겠습니다'를 슬로건으로 내걸고 아이들의 행복을 강조하며 진보 성향 인사로는 처음으로 제주교육감에 당선됐다.
그는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거나 입시에 실패해도 교육은 아이들을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며 아이들의 다양한 자질과 능력, 개성을 키우는 교육을 펼쳐야 한다고 줄곧 강조해왔다.
임기 동안 전국 최초로 고교 무상교육을 실시하고, 다자녀 가정 자녀 공교육비 지원을 시작했다. 고교체제개편과 고입제도 개선에 힘을 쏟았고, 전국 처음으로 학생건강증진센터를 설치하고 소아정신과전문의를 채용하기도 했다.
교육계 숙원이던 도세전출금 비율 상향도 끌어냈다. 제주형 혁신학교인 '다혼디 배움학교', 4·3평화인권교육 등을 역점 추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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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이번 선거에 나서면서 "소수만이 인정받는 '넘버원'(Number One) 교육이 아닌 아이 한 명, 한 명이 온전히 존중받는 '온리원'(Only One) 교육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당선인은 그동안 여론조사에서 한 번도 상대인 김광수 후보에게 뒤진 적이 없었고 방송3사 출구조사에서도 김 후보를 다소 앞서는 것으로 나왔지만, 개표 후반까지도 박빙의 승부를 보이는 등 피 말리는 접전을 벌인 끝에 당선의 영예를 안았다.
이 당선인은 제주서초, 제주제일중, 오현고, 제주대 영어교육과를 졸업했다. 초등교사인 부인 송여옥씨와의 사이에 2남을 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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